검찰, 2004년 서정우 대선자금 변호 이두아씨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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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서정우 변호사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이두아 변호사가 12일 검찰에 불려간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서 변호사는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최측근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3일 "이회창 무소속 후보 측이 주간지 시사인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두아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말했다. 시사IN이 3일자에 '이회창 대선잔금은 판도라 상자인가'와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대선 직후 재산이 쑥쑥'이란 두 건의 기사를 게재하자, 이 후보 측은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고발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 대선 후보 관련 수사를 벌인다는 식으로 오해하지 말라"며 "대선잔금 수사는 2004년 대검 중수부에서 다 끝낸 수사다. 우리는 그때 기록과 보도 내용을 토대로 허위 보도인지 가리는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검찰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두아 변호사가 서 변호사를 변호하면서 대선자금 잔금의 비밀을 들여다봤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검찰은 서 변호사가 대선 후 1년 가까이 150여억원의 대선자금을 보관했다고 발표했었다. 실제 이 변호사 스스로 "(대선 잔금 문제는) 내가 가장 많이 아는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변호사가 검찰에서 어떤 얘기를,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대선자금 잔금 수사가 의외의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

이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사받은 건 맞다"면서도 "입장이 무척 곤란하다. 묻지 말아달라. 할 얘기도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이 변호사의 조사 내용에 대해선 모르고, 알아도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에선 기대감을 보였다. 당 관계자는 "이 변호사가 이회창 후보 쪽에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 생각보다 많은 얘기를 하고 나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회창 후보 주변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명박 후보 측이 총선까지 염두에 두고 이회창 후보의 힘을 빼려는 것"이라며 "조만간 부인(한인옥) 관련설을 제기한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와 함께 서정우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던 이헌 법률특보(이회창 캠프)는 "이 변호사가 내용을 잘 모르고 엉뚱한 얘기를 하면 본인만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특보는 "검찰이 우리가 고발한 내용만 판단하면 되는데 대선자금 자체를 수사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고 우려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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