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매긴 대학순위 일본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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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지난 9월 본지가 국내 최초로 대학랭킹을 발표,관심을 집중시킨 가운데 일본에서는 최근 기업의 입장에서 대학을 평가한 순위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입학생의 점수에 따라 대학 순위를 매기기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신입생을 4년간 가르친 결과에 대해선 객관적인 평가가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옥석(玉石)을 가리지 못했던게 사실이다.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냈는지,아니면 우수한 재목을 받아들여 허드렛 땔나무로 전락시켰는지를 가릴만 한 기 준을 찾기가 쉽지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전문지『다이아몬드』가 최근 발표한 일본의 대학랭킹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다이아몬드誌는 우선 상장 또는 공개기업(금융업 제외)을 「성장하는 기업」(5백51개사).「악화되는 기업」(6백5개사).「일어서는 기업」(5백73개사)으로 나눴다.
여기서 성장하는 기업이란 경상이익이 늘어났거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기업이고 악화되는 기업은 그 반대다.또 일어서는 기업은 최근 5년사이 새로 상장됐거나 장외등록을 통해 기업을 공개한 회사들이다.
이 기준에 따라 각 그룹에 속한 회사의 관리직과 임원을 출신대학별로 합산,순위를 정한 것이다.
그 결과 전통의 사학 와세다大가「기업을 성장시킨 대학」과 「기업을 악화시킨 대학」에서 모두 수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와세다大 졸업생이 일본의 업계에 워낙 많이 진출한데다 개방적인 학풍의 영향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활발한 분위기를 가진 日本大.中央大.明治大등중견사립대와 지방의 공과계 대학들이 기업을 악화시키기 보다는 성장시킨 비율이 높은 반면 東京大를 비롯,국립대학들은 상대적으로 기업을 악화시킨 쪽에 기울어졌다.
「기업을 공개시킨 대학」에서도 졸업생 숫자만으로 보면 1위를차지한 와세다大를 비롯,유명 사립대학들이 상위권을 독식한 것으로 집계됐다.그러나 공개기업에서 점하는 비중과 전체 상장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한 상대비율을 보면 지바 (千葉)상과大.아지아大등 중위권대학들의 부상이 돋보인다.이들 대학출신이 유명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규공개기업에 많이 몰려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이들 중위권대학 졸업생이 유명대학에 편중된 기존의 대기업보다는 무명의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에 뛰어들어 기업공개에이르기까지 키워왔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대졸 취업예비생들이 택하는 「좋은 회사」의 기준이「대기업」에서 「장래성이 있는 기업」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는게 대학취업상담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들의 유명대학 선호현상이나 일본대학생들의 대기업선호는 아직 여전하다.
문제는 그 결과 일본기업들이 거둔 성과가 기대만 못하다는 것이다.이른바 유명대학들이 기업이 필요로 하고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인재를 제대로 길러내지 못했다는 자성(自省)이다.특히 대부분의 기업이 대졸 신입사원들을 현업(現業)에 투 입하기까지 기초부터 다시 훈련시켜야 하는 현실은 오늘날 일본대학들의 교육과정에 문제가 단단히 있음을 반증한다.이는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우리나라 대학들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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