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세계화 역행하는 문체부 체육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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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나라 안팎이 온통 「세계화」열기로 가득하다.정부는 물론이고 경제.문화.언론계에 이르기까지 국제화.세계화 열기로 뜨겁다.그러나 문화체육부는 이같은 변화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은채 현상유지에 안주하려는 인상을 주고있다.
대한배구협회는 최근 일손을 놓다시피하고 있다.올겨울 야심적으로 추진중인 94대통령배대회(슈퍼리그로 개칭)가 문화체육부의 명칭시비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배구협회는 대회명칭에 「갤로퍼」란 지프 상품명을 사용하는 대신 현대정공으로부터 3억여원의 후원금을 받기로 하고 준비를 거의 끝낸 상태.그러나 문체부로부터 대회명에 특정회사 이름(또는상품)을 써서는 안된다는 불호령이 떨어져 이를 거둬들였다.
대회명에 상품이름이 들어가서는 국민정서상 허가하기 곤란하다는게 문체부의 거부이유다.문체부는 상품명 대신『지역명이나 상징적이름을 대회명으로 쓰는게 좋다』는 지침만을 고집하고 있다.
올겨울 대통령배대회에서 한국이동통신으로부터 5억원의 협찬금을받기로 한 대한농구협회도 배구와 같은 처지다.농구협회는 농구를겨울철 국민스포츠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아래 대회장소도 지난해까지쓰던 학생체육관 대신 규모가 두배이상이나 되 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계약하는등 붐조성에 안간힘 쓰고 있다.그러나 「이동통신배」란 이름을 대회명에 삽입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5억원의 지원금을 고스란히 포기해야하는 실정이다.
배구.농구등 관련자들은 문체부의 이같은 조치가 시대를 역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고 꼬집고 있다.굳이 일본등 외국의 예를 들 필요도 없이 탁구.배드민턴등 국제화된 종목은 비록 오픈대회이긴 하나 일정액의 협찬금을 받 고 대회명칭으로 회사명을 사용하고 있다.회사는 적은 돈으로 상품을 광고해좋고 경기단체는 이 돈으로 좋은 선수나 팀을 육성하는데 쓸수 있어 이른바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입장이다.무엇보다 이를 막는 근거가 문체부나 체육회의 어느 규 정에도 없다.
대한체육회도 경기단체와 입장이 다를바 없다.『아마.프로의 벽이 사실상 무너진 마당에 담배.술등 기호품이 아닌 바에야 굳이대회명에 상품이름을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될게 있겠느냐』는 주장이다.문화체육부의 개안(開眼)이 절실히 요망된다 .
〈申東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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