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타락.과열 안된다-전문가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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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내년 6월27일로 예정된 4대 지방선거를 분수령으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로 돌입한다.정치.행정.경제.문화등 사회 각 분야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킬 지방분권화는 우리가 선진사회로 진입할수 있느냐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과 연 우리는 역사적인 지방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제대로 돼있는가,문제점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 나갈수 있는가를 전문가 좌담회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註] 李相熙〈前내무부장관〉 白昌鉉〈서울시의회의장〉 崔昌浩〈한국지방자치학회장〉 사회:李揆振〈本紙전국부장〉 ◇사회=내년 6월27일로 확정된 4대 지방선거를 7개월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선거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61년 5.
16 군사혁명으로 지방자치가 단절되기 이전인 50년대에 잠깐 지방자치를 경험한 전례가 있긴 합니다만 내년 의 4대 지방선거동시실시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 획을 긋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될 것이 분명합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전국 자치단체의 60%정도가 지방세 수입으로는 자체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열악해 과연 앞으로 스스로 살림살이를 꾸려갈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뿐만 아니라 벌써부터 동창회.종친회등 내부에서 후보 출마자를 둘러싸고 갈등이 표출되는가 하면연말연시와 선거분위기를 틈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등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전국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李前장관=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선 자치단체 스스로 새로운 세원을 발굴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합니다.또 단체장 스스로 내무부 승인없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등중앙정부의 재정통제가 대폭 완화돼야 합니다.일반 공무원의 경우선거와 관계없이 단체장이 바뀌어도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않고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게 중요하겠죠.
▲崔교수=세계적으로 보면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위기에 직면한 자치단체를 민선단체장이 경영을 잘해 흑자경영으로 전환시킨예도 있지요.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걱정되는 점은 과연 돈 안 쓰는 공명선거가 제대로 되겠느냐하는 ■이지요.과 거에도 공정선거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었지만 제대로 실현이 안 됐거든요.
▲白의장=자치단체의 재정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단체장은 세일즈맨으로 나서고 중앙정부는 제도적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崔교수=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같습니다.법상으로는『민주적 절차에 의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중앙당에서 지구당 의견은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후보를 선정하기 때문에 잡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따라서 독 일처럼 적어도 지방선거만이라도「지구당 공천」을 법에 명문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으로의 단체장은 경영력.행정력.정치조화력등 3가지를 고루 갖춘 사람이 적격인데 일본 이즈모(出雲)시 이와쿠니 데쓴도(岩國哲人)시장의 경우처럼 외부에 적임자가 있으면 주민들이 스스로「모셔오는」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그런데 우리는 선거때만 되면 학연.지연.중앙당 공천등에 얽매여 사람을 제대로 뽑지못하니걱정입니다.
◇사회=지방자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치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의 역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탓에 아직 주민들의 의식이 완전한 지방자치를 할 만큼 성숙되지 못했다는 의견도 상당 히 있습니다.의원들을 상대로한 각종 이권청탁.집단민원.지역이기주의등 지방자치 실시이후 나타날 역기능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죠.
▲崔교수=지금까지 지방자치를 구성하는 각 부문중 가장 소극적이었던 부문은「주민」이었습니다.스스로 참여할 생각은 하지않고 모든 지역문제를 관청이 알아서 해주기만 바라는 사람이 많았다는얘기죠. 그러나 이것은 그동안 우리의 정치.행정문화가 잘못돼 왔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주민들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李前장관=주민들이 단체장에 대해 뽑아 준 대가로 각종 이권을 청탁하거나 지역 이기주의적인 각종 사업을 요구할 것이 우려됩니다.특히 혐오시설 입지등을 둘러싼 지역이기주의와 관련,지금까지의 임명제 단체장은 주민들과 대립되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으나 앞으로는 주민들이 단체장을 등에 업고 지역이기주의를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주민들 손으로 뽑힌 장도 인기를 의식해 주민들에게 영합할 소지가 다분히 있는 거죠.이것은 지방자치 역사가 깊은 일본과 미국등 선진국에서 이 미 나타났던 현상입니다.
▲白의장=지방의회가 생겨난 뒤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고질적인 민원들을 의회가 나서서 해결해 준 긍정적인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사회=국가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 지방자치가 정착되면 자치단체간의 경쟁도 매우 치열해지리라 생각됩니다.특히 내년에 뽑힐 단체장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높은데….과연 단체장은 어떤 사람이 뽑혀야 하고 중앙정부 는 어떤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白의장=지금까지의 단체장은 적당한 행정수완에다 중앙정부에서교부금이나 잘 타오면 유능하다고 인정받았던 게 사실입니다.그러나 앞으로의 단체장은 지역 살림살이를 잘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민간기업인 출신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대통령도 세계 각지를 돌며 세일즈하는 세상이 아닙니까.
▲李前장관=민선단체장 선출이후 지방자치의 핵심은「부족한 돈으로 어떻게지역 살림살이를 잘 꾸려가나」하는 것입니다.그렇기 때문에 경영마인드가 중요하겠지요.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체장들이 지역실정에 맞는 살림살이를 꾸려갈 수 있 도록 현재 중앙정부가 쥐고있는 각종 요금통제권등 경제관련 권한을 자치단체로 넘겨주는 것입니다.
▲崔교수=국제경쟁이 치열한 오늘날에 있어서는 과거처럼 행정이나 잘 하는 단체장보다는 경영마인드가 있는 단체장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그러나 중앙정부가 과거처럼 자치단체의 각종 권한을 묶어둔 상태에서는 자치단체가 스스로 살아나 기가 곤란합니다.선진국들의 경우 자치단체에 대부분 권한이 있어 우리나라를방문해 세일즈도 하고 기업도 유치하는등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자치단체장에게는 적어도 경제에 관한 한 권한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사회=내년 지방선거에서는 특히 의원선거보다 단체장 선거에 더욱 국민들의 관심이 높습니다.의원선거와는 달리 30여년만에 처음 치러지기 때문이지요.
▲李前장관=자유당때 長선거의 경험이 있지만 기간이 너무 짧았고 또 당시는 행정이 오늘날에 비해 매우 단순했기 때문에 사실상 단체장 선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지방자치법과 관련 제도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임명제를 선거제로 바꾼다는 것외에는 사실상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그러므로 앞으로 가장 큰 과제중의 하나는 우선 자치권을 어떻게 확대시키느냐 하는 것입 니다.이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들 사이의 마찰과 충돌이 불가피하겠지요. 또 정치적 측면에서도 혼란이 우려됩니다.지금까지는 지방행정에 대한 정당의 관여가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없었지만 앞으로는 후보자 공천을 통해 정당이 공식적으로 지방행정에 관여하게 됩니다.따라서 만약 정당지지를 업고 당선된 단체장이 해 당 지역 주민의 이익보다도 소속 정당의 이익만 생각하고 정책을 집행하게 되면 현재보다 더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죠.
▲崔교수=민선 단체장은 권력의 정당성의 근거가 지역주민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현재의 임명제 단체장에 비해 권한이 훨씬 막강해지게 됩니다.더구나 중앙정부의 징계권.의회의 불신임권.주민의 소환권등이 없이 특별한 형사처벌을 받지않는 한 4년임기(내년의 경우 3년)가 보장되기 때문에 지역 국회의원보다도 오히려권한이 세지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겠죠.
◇사회=끝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국민,출마후보자등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씀은.
▲崔교수=정부와 정당의 가시적 준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유권자인 국민이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지역발전을 위해 정말 유능한 사람을 뽑도록 하는」선택에 관한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白의장=4개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므로 지연.학연등을 둘러싼지역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 가장 우려됩니다.그러므로 유권자들이후보의 능력이나 소신등을 보고 신중하게 인물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李前장관=이번 지방선거를 맞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지방자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의 권한을 대폭 늘려주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는 것입니다.그 다음으로는유권자인 국민이 지방자치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정리=전국부 崔俊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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