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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가맹점 수수료 업종 같은데 왜 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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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얼마 전 서울 강남에 골프연습장을 연 李모(45)씨는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부분의 신용카드사 수수료를 사용 금액의 3% 이상 요구했기 때문이다. 李씨는 신용카드사 담당자에게 "골프장은 수수료율이 1.5%에 불과한데 골프연습장은 왜 이렇게 높은 수수료율을 받느냐"고 따졌지만 "원래 그렇다"는 말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그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이 많아 어쩔 수 없이 가맹점 계약을 했다.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명확한 기준 없이 들쭉날쭉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업종에서도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이 두배까지 차이가 났다.

1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LG.삼성.비씨 등 8개 신용카드사의 경우 골프장 수수료율(1월 31일 기준)이 가맹점 중에서 최저수준인 1.5%인 반면 골프연습장은 2.7~3.6%로 크게 차이가 났다.

또한 수입자동차의 수수료율은 2.25~2.7%로 낮은 반면 오토바이 등 이륜차는 3.15~3.6%로 훨씬 높았다. 종합병원은 수수료율이 1.5%로 가장 낮았지만 의원은 2.4~2.7%로 비교적 높았다.

유통분야의 경우 신용카드사들은 대형 할인점엔 대부분 2%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데 반해 면세점에는 3.6%가량의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비슷한 업종에서도 수수료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 대해 신용카드사들은 "골프장 등은 고액 매출이 발생하고 법인카드가 많이 사용돼 연체위험이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신용카드사들이 매출 규모가 큰 가맹점에는 수수료를 낮게 적용하는 반면 매출 규모가 적은 '힘없는' 소형 가맹점에는 높은 수수료를 물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골프장이나 병원 등에서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용자가 많고 일부 업소는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기도 한다"면서 "이들 업종에 신용카드를 보급하려다 보니 전략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국세청이 고시한 표준소득률상의 업종구분을 근거로 신용카드 회사가 책정한다. 여기에 해당 업종의 매출액, 신용카드사에 대한 기여도, 연체율, 사회적 공익기능 등을 종합해 결정된다.

하지만 상당수 신용카드사들이 가맹점의 매출규모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자의적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 수수료는 회원이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로 구매할 때 신용카드사가 회원을 대신해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고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받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관리, 전산 비용 등을 감안한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는 이용액의 2.5~3%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수준보다 높으면 원가보다 많이 받는 것이고 낮으면 손해보면서 거래하고 있다는 얘기다.

A신용카드사의 경우 월 신용판매 규모가 10억원 이상인 대형 가맹점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율이 2% 이하인 곳이 60%가 넘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금조달 금리의 상승 등으로 비용이 크게 느는데 가맹점 수수료는 고정돼 있어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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