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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세계화시대 그룹들 CI.로고 개편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선경그룹은 최근 계열사 부장급들로 긴급기업 이미지 통합반(CI팀)을 구성하고 그룹의 새 로고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국내에선 별 문제가 없는 「선경」이란 그룹 이름이 해외에만 나가면 속을 썩이기 때문.
특히 영어로 붙여쓸 때 「SUNK-yong」으로 k를 sun에 붙여 읽는 경우가 영어권에선 흔해 자연히 파산.침몰(sunk)의 이미지가 앞서 그다지 적합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그룹명과 로고를 전면 개편키로 결정하고 내 달중 외국 전문회사에 용역을 주기로 했다.
선경그룹은 유공.SKC.㈜선경등 계열사의 해외사업 규모가 급속히 커져 올초 「간판」을 새로 정비할 것인지 검토에 들어갔다.그간 미국 유명CI컨설팅 업체인 시겔&게일社에 CI재정립에 대한 타당성을 맡긴 결과,「필요성이 높다」는 진단 을 받아 이같은 작업을 벌이게 된 것.
한 관계자는 『그룹의 올 국내외 생산매출액(20조원)가운데 해외생산매출이 7조원으로 35%수준이지만 2000년내에 비중이뒤바뀐다』면서 그같은 작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일본에선 선경을 「센쿄」로 부르는등 발음이 힘들다는 해외현지의 호소가 많은데다 국내에서도 계열사 이름이 제 각각이어서혼란스럽다는 자체평가다.
그룹측은 주력사인 유공등의 이름을 포기하고 선경으로 통일할 지,이름은 살리고 심벌만 통일할 지,새 이름을 채택할 지등을 내년중 결정키로했다.
다른 그룹들도 마찬가지다.
럭키금성그룹은 이름이 길어 해외에서의 이미지 부각이 잘안되고국내에서는 럭키와 금성으로 계열사 이름이 반분돼 최근 대대적인CI작업을 추진중이다.럭금은 여러 후보명중 고심끝에 내부적으로는 LG채택방침을 굳히고 현재 그룹 후계구도등 과 관련,적합한개편시기만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단지 주력사인 금성사가 해외시장에서 이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놓은 「골드스타」를 어떻게 처리할것인가가 주요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 CI를 전면 개편한 한화그룹도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화는 화약의 화(火)를 피하려 한글과 영문으로만 된 로고.심벌을 사용키로 했으나 중국.동남아.일본등 한자문화권에서 친숙도를 높이기 위해 다시 한문으로 된 로고를 제작중이다.현재 「韓貨」(중국).「韓化」(동남아)등이 거론되고 있다 는 것.
CI를 단행한 그룹들이 이처럼 일말의 아쉬움을 갖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타원형 마크에 영문글자를 넣은 로고.심벌로 통일한 삼성도 영문 「샘(SAM)」이 미국의 애칭이어서 그 지역에서 유리한 대신 미국과의 적대국에서는 유리할 게 없는 점이 있다.또 성(sung)의 발음 소리도 「숭」등 여러가지로 나온다. 89년 CI를 마친 쌍용그룹도 동양에서는 상서로운 용(龍)이 서구에서는 그렇지 못한 동물로 인식돼 「드래곤즈」등 현지어 뜻해석은 피하고 있다.
대우는 계열사별 로고나 문자 모양이 흐트러진 것을 올들어 일제 정비했으나 영문표기중 우(woo)의 뉘앙스가 그리 내키지 않는다는 해외로부터의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는 「현다이」로 발음돼 일본 혼다를 연상한다며 세계적 로고를 만들자는 내부의견도 있다.
한라그룹은 해외수주에서 보탬이 되는 세계화 감각에 맞는 새 로고를 찾기로 했다.통일그룹도 계열 세일중공업등의 본격 북방시장 진출에 대비한 새 로고를 물색하고 있다.
〈李重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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