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강권석 행장의 타계로 빈 기업은행장 인사였다. 애초 재경부는 진동수 전 재경부 제2차관을 염두에 뒀다. 진 전 차관은 재경부 차관을 지내고도 다음 자리를 정하지 못한 채 물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공모 절차에 들어가자 금융감독위원회와 현 정부 386 실세 양쪽에서 견제에 나섰다. 금감위에선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경쟁에 나섰고 386 실세 쪽에선 진 전 차관의 성향을 문제 삼았다. 진 전 차관은 재임시절 남북경제공동위원회 차관회의 때 대북 지원을 놓고 386 실세와 언쟁을 벌여 불편한 관계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와 금감위가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모습으로 비치자 두 부처는 지난주 말 진 전 차관으로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자 이번엔 윤용로 금감위 부위원장이 나섰다. 11일 마감한 기업은행장 공모에 윤 부위원장이 막판에 참여한 것. 그는 헤드헌터도 통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공모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기업은행 노조도 이날 “기업은행 위상을 감안할 때 차기 행장은 현직 재경부 차관이나 금감위 부위원장이 바람직하다”는 성명을 내 사실상 윤 부위원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청와대에서도 386 실세와 불편한 진 전 차관보다 윤 부위원장 쪽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장 인사는 막판 혼선이 불가피해졌다.
기업은행장 인사 구도가 헝클어지면서 금감위 인사도 판을 다시 짜야 하게 됐다. 금감위는 애초 이우철 부원장이 움직일 것으로 보고 인사구도를 짰으나 윤 부위원장이 나가면 차관급 인사가 돼 청와대를 거쳐야 한다.
13일과 14일 공모 마감하는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후보로는 재경부와 금감위가 한 명씩 내보내기로 했다. 예보 사장에는 박대동 금감위(행시 22회) 상임위원, 캠코 사장에는 이철휘(행시 17회) 재경부 대외부문 장관특별보좌관이 유력하다.
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