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연기없는 담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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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담배를 피우는 이유와 그로 인한 해악(害惡)은「불행」의 악순환이다.그래서 나온 말이『불행한 사람일수록 담배를 더 많이 피우고,많이 피우는 사람일수록 더 불행해진다』는 명언이다.19세기말 프랑스의 뒤 모리에라는 사람이 남긴 말이다.
그러나 이 명언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담배를 많이 피우면피울수록 그만큼 더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애연가들이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모른 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담배가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불변의 진리처럼 돼 있음에도 담배 예찬론자들이 아직 수없이 많은 까닭도 거기에있다.지난 봄 영국(英國)에서 출간된『담배는 숭고하다』는 책은그 예찬론의 극치라 할만하다.저자인 리처드 클 라인 교수는 이책에서『흡연은 명상(瞑想)의 한 형태며,손가락 끝에서 빚어지는깨달음의 경지 가운데 하나』라며『담배가 해롭다는 바로 그 점이좋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숭고한 이유』라고 역설했다.
비슷한 담배 예찬론은 예술가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다.상당수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조적 작업과 흡연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고백한다.우리 예술인들중 대표적 애연가로 꼽히는 오상순(吳相淳)시인의『나와 시와 담배』라는 시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나와 내 시혼(詩魂)은/곤곤(滾滾)히 샘솟는 연기/끝없는 곡선(曲線)의 선율을 타고/영원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각각(刻刻) 물들어 스며든다.」이 시에서는 특히 자연(紫煙)의 멋들어진 모습이 상징적으로 미화(美化 )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멋들어진 보라색 담배연기가 문제다.명상도 깨달음도 좋고,예술가들의 자기도취도 좋지만 무심하게 내뿜는 담배연기가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흡연과 거의 똑같은 간접흡연의 효과를 전하는 것이다.금연운동이 확산되고 곳곳에서 흡연자들이 괄시를 당하는 세상이 돼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주변의 흡연자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비흡연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美國)의 한 담배회사가 개발했다는「연기없는 담배」는 그런 점에서 비흡연자는 물론 애연가들에게도 대단한 희소식이다.회사측 주장대로 정말 간접흡연의 피해를 주지 않는지 더 두고봐야겠지만 사실이라면 담배 역사의 획기적 전환이라 할 만하다.인체에 무해한 담배의 개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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