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발' 축포 내가 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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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하는 각오는 필요없다. 이기는 게 중요하고, 몸으로 실천하겠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레바논과 첫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수원 월드컵경기장.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최종훈련에 앞서 안정환(요코하마)은 말을 아꼈다.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역전 골든골을 넣은 뒤 소속팀이었던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쫓겨난'그에게 월드컵이 주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유럽과 인연이 끊어진 지 2년. 그는 새로운 월드컵을 향해 뛴다.

지난주 오만전(14일)을 앞두고 "대표팀 원톱이 누군가"를 묻는 질문에 움베르투 코엘류 대표팀 감독은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안정환."

유럽파들의 대표팀 차출이 힘들었던 지난해 유럽파를 대신해 코엘류 감독 곁에는 늘 그가 있었다. 특히 코엘류 감독이 부임한 후 첫 승리였던 지난해 5월 31일 한.일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것도 안정환이었다.

오만전에서도 그는 개인기를 앞세워 페널티킥을 얻어내 직접 성공시켰고, 설기현의 크로스를 멋진 다이빙 헤딩골로 연결했다.

2002년 월드컵 때만 해도 그는 황선홍(전남 코치).최용수(교토) 등 선배 공격수 뒤에서 자신의 일만 하면 됐다. 그러나 2년 동안에 형들은 대표팀을 떠났다. 월드컵 멤버는 아니었지만 코엘류호를 지켜 왔던 김도훈(성남)도 떠났다. 어느새 설기현(안더레흐트).차두리(프랑크푸르트).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최성국(울산) 등 주전공격수 가운데 맏형이 됐다.

안정환은 "세계적인 축제인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레바논전은 첫 경기인 만큼 그 어떤 경기보다 중요하다. 오만전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그간의 관례를 깨고 레바논전을 앞둔 최종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코엘류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에 문제가 생기고, 훈련에 지장이 있다"며 30분간 스트레칭만 공개한 뒤 훈련장 문을 잠갔다.

코엘류 감독이 월드컵 예선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상대적으로 북쪽에 위치한 수원구장을 낙점한 것도 레바논팀이 추위에 약한 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후문이다.

레바논팀은 오후 6시40분부터 1시간10분 동안 최종훈련을 했다. 훈련은 공개했지만 전력을 감추기 위해 백넘버를 가린 상태에서 미니 게임 등으로 몸을 풀었다.

수원=장혜수.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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