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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IReport] 북한 노동신문도 나날이 ‘경제’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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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며칠 남지 않은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공약 제시에 한창이다. 너도 나도 ‘경제대통령’을 앞세운다. 국민의 경제 활성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높다는 점을 대선 후보들이 그만큼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 회복에 대한 관심은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여러 가지 정황이나 기사 분석으로 미루어 볼 때 경제 회복에 대한 바람은 우리보다 더 강할지 모른다는 짐작이 간다. 예를 들어 북한의 한 해 국정 지침서 격인 신년공동사설(북한은 노동신문 등 3대 신문에 같은 신년사설을 게재한다)부터 경제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공동사설이 정치사상을 앞세우고 세 번째에 가서야 경제를 언급했으나 올해 공동사설은 경제를 먼저 언급하고 나서 군·정치사상 등 여타 부문을 언급하고 있다. 그만큼 2007년에는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한 해의 성격에 관해서도 10월에 가서 핵실험을 했던 2006년을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서 일대 비약을 일으켜 나가는 해”로 규정했으나 올해는 “새로운 번영의 연대가 펼쳐지는 해”로 정해 ‘사회주의경제강국건설’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보여 주고 있다. 1998년 이후 북한이 국가목표로 제시하고 추진해 온 세 가지 과제인 사상·군사·경제 중 사상과 군사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 이제 경제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지난해와 올해 노동신문에 실린 경제 기사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업에 집중하자는 것과 기술력 제고를 통해 경제 수준을 높이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본 흐름이 같다(경제 관련 기사는 생산 ·경제활동·건설·국토관리사업·수확·씨앗보관·가을걷이 등과 같은 경제 관련 용어가 있거나 경제 관련 국제교류에 관한 기사, 경제부문 활성화를 도모하는 의미가 담긴 사진 등을 경제 관련 기사로 분류했다). 그러나 올해 경제 기사는 기계·현대·과학화를 농업 부문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의 생산, 에너지 관리, 그리고 경제관료 양성 교육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 분야로 확산·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제품의 생산성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 대한 강조도 전에 비해 더 잦아졌다. 이렇듯 올해 들어 북한이 경제에 집중하는 데에는 지난해 8년 만에 겪은 마이너스 성장도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책의 중심을 경제로 돌리는 것과 관련해 올해 가장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던 것은 10월 26~27일 양일간 열렸던 ‘전국당세포비서대회’였다(용어 설명 참조). 대회의 목적이 대외적으로는 북·미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경제재건 의지를 과시하자는 것이었으나, 대내적으로는 경제 재건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 더불어 향후 불가피한 개방에 대비해 내부 체제를 단속하자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회 첫날 노동신문 사설도 대회의 목적이 ‘경제건설과 생활향상에 서 근본적인 변혁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있다고 논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대회에서 진행된 토론도 경제 일색이었다고 노동신문은 전하고 있다. 대회 중 토론에 관한 27건 기사 중 경제부문 토론 기사가 21건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6개 토론 관련 기사도 교육부문이 1개, 보건의료 기사 1개 등 간접적으로나마 경제와 관련 있는 토론기사였다. 나머지 4건은 사상교양에 관한 것이었다. 또 대회에 즈음한 기고문 10개도 ‘공장의 기술수준을 높이자’ ‘생산을 늘리자’ ‘생산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하자’ 또는 ‘건설 기술·기능을 향상시키자’는 등(군사 관련 기고문은 없었다) 경제활성화와 경제 및 기술수준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회를 개최한 기본 목적이 실리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통한 생활수준 향상에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지난해에서 올해로 넘어오면서뿐 아니라 당세포대회를 거치면서 특히 경제 기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그림). 대회 전 16일간 총 784건의 기사 중 경제기사가 246건(31.4%)이었던 것이, 대회를 치른 후 16일간에는 전체 기사 795개 중 323개(40.6%)로 늘어났다.

북한이 당세포대회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일 뿐 아니라 당세포대회를 경제활성화를 위해 개최하는 것은 더더구나 상궤를 벗어난 일이다. 94년 첫째 대회 이후 13년7개월 만에 이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경제활성화라는 국가과제에 관해 당세포조직의 관심과 추진력을 강화하고 그 국가과제를 당조직을 통해 일반인에게 널리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는 한편 경제 활성화 실행에 관한 국가 의지와 경제회복에 관한 성과와 자신감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 2007년은 첫째, 연초부터 한 해를 통해 끊임없이 경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둘째,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내적으로는 ‘자력 갱생’을 원칙으로 삼고 대외적으로는 점진적 개방을 염두에 두며 셋째, 모든 부문에 걸친 과학화와 질적 수준의 향상을 통한 대내적 쇄신을 모색하는 해로서 전환기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북한에 불고 있는 경제 바람을 타고 2002년에 국가경제 재건책으로 시도했던 소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의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도 기대해 볼 만하다.

김미연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당세포=당원들을 일상적으로 교양, 훈련해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들을 실생활에 구현하는 기본 조직 단위. 당세포는 5명에서 30명까지의 당원 단위로 조직한다.

◆전국당세포비서대회=노동당의 정책을 일반인에게 확산시키고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당세포 책임자들의 회의. 노동당 당세포 비서는 전국적으로 26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실제 대회에는 이 중 모범적인 세포비서로 선발된 사람만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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