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봐야할 세금곳간 고치기-2백69개 市郡區감사 잘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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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24일 전국 2백6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민관합동의 정밀감사에 착수함으로써 지방세 비리의 일대 수술작업에 들어갔다. 인천에 이어 터진 부천 세도(稅盜)사건으로 지방세 비리가 이 지역들만의 국소적 현상을 넘어 전국적이고도 고질적 질환일 개연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특별조치를 취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날 서둘러 발표된 정부의 특별대책은 가능한 모든 방안이 망라된 종합처방이다.
당장의 특별단속 방침은 물론 향후 제도개선계획에 이르기까지 대책 내용대로라면 비리적발과 함께 상당한 방지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지방세비리를 뿌리뽑고자 하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엿보인다.내각과 감사원의 감사인력에 민간전문가까지 동원되는 특별감사반의 구성은 1천3백여명이라는 매머드급 규모인데다 전국의모든 시.군.구가 대상지역이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의 제정추진과 공무원범죄에 대한 직무고발 활성화지침 마련등 정부가 「공무원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느낌이다.
▲지방세업무의 전산화▲부과와 징수업무의 분리▲세무담당기능직의일반직 대체▲법무사감독강화등 제도 개선추진계획도 밀도있게 짜여져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을 대할 때마다 한가지 지적할 점은 왜 이같은 대책을 사전에 미리미리 실행,사고를 예방치 못하고 꼭 사고가 터져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으로 처방을 내놓느냐는것이다. 사고와 대책을 반복함으로써 공무원사회의 내성(耐性)만키워가고 국민에게도 「늑대와 소년」의 우화처럼 냉소적 분위기만확산시킨다는 지적이다.구체적인 세부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대책을 발표한 정부의 태도에서 장기적인 예 방책 마련과 함께 정권차원의 다급한 위기감도 작용한 듯 느껴진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이번사건을 보는 정부의 시각에는 종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강조한다.
『부천사건은 단순한 비리차원이 아니라 공직자이기를 포기한 고도의 범죄행위』라고 규정한 그는 정부의 대책은 바로 이같은 시각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세금부과를 둘러싸고 뇌물이 오가는등 전통적인 의미의 공무원비리 정도야 예상할 수 있지만 영수증을 변조해가며 계획적으로 세금을 도둑질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따라서 몇가지 눈에 띄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타자수등 9급미만의 기능직이 맡고 있던 세금담당업무는 9급 이상의 일반직으로 대체되며 세무담당 공무원의 현금취급 일체금지등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강구된다.
또 부서장이나 감사담당직원이 관련공무원의 범죄행위를 알게 되었을 경우 지체없이 형사고발토록 하는 「공무원범죄 직무고발제」나 부정 형성된 재산의 강제몰수 입법추진등은 더욱 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공직사회 부정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은 종전의 단순한 평면적대응에서 한차원 높은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대책을 마련한 정부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정부의 조치가 여론 불끄기식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게 국민들의 바람이다.
〈金鎭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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