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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종 그실체-흑.백인 결정짓는 유전자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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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코스모폴리턴의 세계로.」바야흐로 지구촌이 한가족되는 세계화의 시대다.과연 피부색과 언어를 달리한다는이유만으로 민족간에도 생물학적 우열의 차이가 존재하는가.미국의과학잡지 디스커버 최신호의 「인종」특집기사를 토대로 과학의 눈으로 민족을 분석해본다.
[편집자註] 코를 훌쩍거리며 우는 금발의 여주인공.
평소 멜로외화를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이내 두 뺨위로 흐르는눈물을 닦으며 조용히 흐느끼는 동양여성의 울음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유는 눈물을 코로 흘러내리게 하는 누관(淚管)이 서양인에게더 굵기때문.
서양여성의 누관은 동양여성에 비해 훨씬 굵고 직선형으로 곧게뻗어 있어 눈물이 생기는 즉시 코로 흘러내린다는 것.
「고셔질병」.
지질대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간과 비장이 커지는 유전병으로 주로 유대인들에게 생기는 희귀질환이다.
눈물과 침이 마르는 스조그렌증후군과 비정상 모양의 적혈구로 인해 생기는 겸상적혈구 빈혈증도 각각 북유럽인과 지중해 연안의라틴계민족에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민족병이다.피부색과 언어뿐아니라 해부학적 구조와 질병 발생의 패턴마저 민족 고유의 것이따로 존재한다는 결론이다.
이 때문에 히틀러의 게르만 우월주의와 같은 과격한 민족주의가싹트게 됐고 흑인의 콩팥은 백인에게 이식할 수 없다는 그릇된 의학상식도 생겼다.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을 지닌 동일한생물학적 種이지만 학명을 창시한 린네와 독일의 해부학자 블루멘바흐에 의해 5가지 민족으로 분류됐다.
〈그림 참조〉 문제는 분류체계 당시부터 백인을 상징하는 코카서스종에서 인류가 기원돼 나머지 인종이 갈라져 나왔다는 백인우월주의사상이 도입됐다는 것.
그러나 오늘날 첨단유전자공학기술과 통계기법은 그동안 숱하게 쌓여온 민족간의 유전학적 우열가름이 모두 그릇된 편견이라는 것이 이 잡지의 결론이다.
흑인이 백인보다 40%나 폐암발생률이 높고 지능지수가 낮으며동양인에게 자궁경부암이나 위암같은 암이 훨씬 많이 발생하는 것도 민족간 유전인자의 탓이라기보다 백인의 풍요로운 사회경제적 환경때문이라는 것.코카서스종 고유의 유전자를 찾 는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美에머리大 아멜라고(인류학)교수는 『민족을 결정짓는 유전자가결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유전자가 발현되는 과정에서 지리적.문화적 요인에 의해 단지 6%정도가 달리 표현될 뿐』이라고 밝혔다. 결국 6%의 차이가 민족간의 서로 다른 골격구조와 피부색을 만들어낸다는 지적이다.
***순수血統 연구 최대관심 따라서 최근 인류학의 최대관심사는 이처럼 근거없는 민족간 우열논쟁보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같이 순수혈통을 지닌 희귀종족의 유전자를 분석해 영구히 보존하려는 계획으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
91년 美스탠퍼드大 스포르자교수와 버클리大 킹교수를 중심으로결성된 인체유전자 보존계획이 대표적인 예.
교통발달로 민족간 접촉이 잦아짐에 따라 순수혈통이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어 이들 때묻지 않은 유전자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만이 인류의 진화과정을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스포르자 교수팀의 주장.
그러나 이처럼 순수한 의도의 연구마저 오스트레일리아 지방의회의 거부로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
편견으로 시작된 서양인류학이 정작 학문적으로 요긴한 곳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는 셈이다.
〈洪慧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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