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眞面目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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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진면목(眞面目)이라면 「얼굴의 참 모습」이다.
그러나 본디는 사람이 아닌 산의 참 모습에서 나왔다.
중국 강서성(江西省)구강시(九江市)에 여산(廬山)이 있다.서쪽을 제외하고는 삼면이 양자강(揚子江)과 파양호(파陽湖)에 연해 있고 중앙에 한양봉(漢陽峰)이 우뚝 서 있다.이 때문인지 이 산은 늘 구름에 싸여 있다.
그런데 예로부터 이 산은 절경으로 이름이 높았다.심산유곡과 기암괴석이 널려 있는 것은 물론 얼음계곡도 있어 여름이면 피서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1년 내내 안개와 구름에 휩싸여 있어좀처럼 그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고장사람들도 廬山의 본 모습을 본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였다.
한번은 송(宋)의 대문호 소동파(蘇東坡)가 廬山을 찾았다가 시만 한 수 짓고 돌아왔다.
『얼핏 산마루 옆에서 보면 봉우리(橫看成嶺側成峯)원근과 높낮이 제각기 다르네(遠近高低各不同)廬山의 眞面目은 보지 못하고(不識廬山眞面目)몸은 아직 산중에서 헤매고 있네(只緣身在此山中)』 안개 때문에 廬山의 본 모습(眞面目)을 보기가 힘들다는 한탄이다. 鄭 錫 元 〈한양大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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