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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오염을벗긴다>13.매리.물금 취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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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산맥과 산맥사이 일어서는 물과 포플러 숲을 따라 다시 낮게엎드려 흐르는 물/어진 조상들의 노역과 굶주린 역사 위에 순한몸짓으로 가슴 열고 흐르는 강….』 이해웅(李海雄)시인의 시 『낙동강』은 수천년을 유유히 흘러온 강의 역사와 유역주민의 정서를 가장 리얼하게 조명하고 있다.
그러나 李시인의 정취가 깃든 「낙동강」은 결코 오늘의 「낙동강」이 아니다.
낙동강 1천3백리중 불과 50여리를 남겨둔 경남김해군상동면매리와 양산군물금면물금리는 상류에서부터 떠내려온 각종 오염물질이쌓이고 뒤엉켜 마치 사경을 헤매는 낙동강이 마침내 오염원인자인인간에게 복수라도 하듯 거대한 거품을 내뿜으며 시커멓게 소용돌이 치고 있다.
곳 매리.물금취수장 주변에서 먹물을 쏟아부어 놓은듯 썩어가는물이 부산시민들에게 공급하는 상수원수중 92%(2백4만t)나 차지하고 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물금취수장의 경우 하루 84만t씩 취수한 원수를 화명정수장으로 보내 원수에 함유된 유.무기물질을 오존접촉 처리로 산화시킨뒤 발암성 트리할로메탄(THM)과 박테리아.바이러스성 살균,악취제거 등으로 고도정수처리한 수돗물 60만t을 생산하 고 있다. 매리취수장은 하루 1백20만t씩 취수,덕산정수장에서 1백5만5천t의 수돗물을 생산.공급하고 있으나 상수원 오염의 심각성에 경악한 부산시민들이 한결같이 수돗물 마시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전문대 김용관(金龍琯.식품가공학)교수가 최근 부산시내 56개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음용수사용실태 조사에서국교어린이는 전체조사대상 3천2백41명중 64.5%(2천90명),중학생은 3천62명중 67.8%(2천75명) ,고교생은 2천8백17명중 43.2%(1천2백17명)가 학교의 수돗물 사용을 외면하고 집에서 마련한 생수나 끓인 물을 가지고 등교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산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동강 하류유역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악성산업폐수로 벤젠.톨루엔.납.카드뮴,심지어 6가크롬 등 각종 유독성 화학물질과 발암성 중금속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는 등 난분해성 오염물질의 축적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또다시 8백4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물금취수장 상류인 경남양산군원동면선장리 속칭 배내골 협곡에 저수용량3백90만t 규모의 원동댐을 건설,하루 1만t의 생수를 시민들에게 음용수로 공급할 비상취수원 개발사업까지 추진키 로 했으나『수돗물에 대한 신뢰 회복은 극히 회의적』이라는 것이 환경관계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낙동강 상수원외에 현실적으로 뚜렷한 수원확보 방안을 마련하지못하고 있는 부산시는 어쩔 수 없이 썩은 물을 취수해서라도 보다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고도정수처리에 필요한 약품을 남용하는 바람에 염소와 분말활성탄.입상활성탄 등 정 수약품 사용량만 크게 늘어나고 정수처리과정에서 2차오염으로 인한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염된 원수중에는 각종 유해 유기화학물질의 축적량이 늘어나 염소소독이나 분말활성탄 여과처리 등 정수과정에서 발암성 클로로피크린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남대 이철희(李哲熙.환경공학)교수는 『정수과정에서의 2차오염을 막기위해 입상활성탄.분말활성탄에 의한 정수처리도 중요하지만 오존처리시설을 완벽하게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기준 수돗물 정수약품 비용이 서울시의 경우 t당 6원64전,인천시는 6원11전,대전시 7원88전,광주시 8원6전인데 비해 오염도시 대구시는 14원13전으로 두배 가량이지만 부산시는 20원61전으로 세배나 높았다.
수돗물 생산단가 역시 서울시는 t당 2백99원5전,대구시는 2백92원21전인데 비해 부산시는 3백65원97전으로 하루 1백90만t씩 상수돗물 생산량을 감안할때 서울시 보다 연간 4백64억1천만원,대구시 보다는 5백11억5천만원의 생산 비용을 더 투입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정신적 부담을 떠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썩은물을 취수,생명수로 사용해야 하는 부산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낙동강이 죽어간다』는 절대절명의 위기감을 떨쳐버리지 못해 상대적으로 『낙동강을 살리자』는 처절한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으나 낙동강의 수질개선 조짐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 산시 상수원인 물금취수장 주변 낙동강 수질이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8월31일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7.4PPM을 기록한데 이어 9월23일엔 6.0PPM으로 떨어지긴 했으나 같은달 29일엔 다시 6.6PPM으로 올라가는 등 환경정책기본법상 상수 원수 3급수질(3~6PPM)을 훨씬 넘어서고있기 때문이다.
물금취수장의 물을 받아 명장.오륜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회동수원지 물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도 지난 8월 7.9PPM을 기록,상수원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돼 있다.
이같이 수질오염도가 심화되는 추세라면 『부산시민의 유일한 생명수인 낙동강 하류가 머지않아 4급수로 떨어져 취수원수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썩어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냐』는 것이 「낙동강보존회」「부산환경운동연합」등 각 환경단체와 학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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