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에 "방탄조끼 착용" 권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7일 오후 1시30분 대전시 대흥동에 위치한 한나라당 대전시당 회의실. 대전시경 소속 경찰 30여 명과 폭발물 탐지견 한 마리(리트리버 종)가 들어섰다.

경찰은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내보낸 뒤 사무실 수색에 나섰다. 20여 분쯤 지난 뒤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그제야 회의실 출입을 허용했다. 수색이 끝난 지 40여 분 뒤인 2시30분쯤 이명박 후보가 대전시당에 도착했다. 이 후보는 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대전.충남 지역 선거대책회의를 열었다. 강화도 해안초소에서 발생한 총기 탈취 사건의 여파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측에 '테러 비상령'이 내려졌다.

한나라당이 이 후보의 신변 보호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BBK 의혹이 검찰 수사발표로 일단락 된 뒤 마지막 남은 대선 변수를 테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 유고 시 대선을 한 달간 연기한다'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 후보는 6일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첫 TV토론이 끝난 뒤에도 30분 이상을 방송국 내에 머물렀다. 총기 탈취범을 의식한 것이다. 이 후보는 경호팀을 따라 지하 통로를 통해 방송국을 빠져 나갔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이회창 무소속 후보 측은 "경호는 경찰이 알아서 강화할 문제다. 우리는 대국민 접촉을 더욱 넓혀갈 것"이란 입장이다.

◆특수저격조 두 배 늘려=경찰청은 7일 이명박.정동영.이회창 주요 대선 후보의 경호팀 인력과 장비를 대폭 늘렸다. 경호에 투입된 경찰특공대 전술팀(SWAT)은 2개에서 5개로 증가됐다. 주요 후보의 자택에도 1개 전술팀을 따로 배치했다. 경찰특공대 전술팀은 기관단총으로 무장했다.

또 행사장에 배치된 특수저격조도 두 배로 늘렸다. 이들은 유세장 인근 건물에서 망원렌즈를 단 저격용 소총을 갖고 근무한다. 경찰특공대 전술팀을 태운 헬기도 근처에 대기토록 했다. 경찰은 후보들에게 가급적 방탄조끼를 입도록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테러의 가능성이 높아졌는데도 후보들에게 거리유세를 그만하라고 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이철재·임장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