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가 5일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열린 고위 전략회의장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그 결과 이 후보는 이날 오전의 방송 인터뷰를 제외한 모든 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회의에선 '짜맞추기 수사' 등 격한 표현이 쏟아졌다. 당초 이 후보는 검찰 발표와 관련해 오후 1시쯤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표현 수위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 1시간 정도 늦췄다.
이 후보가 대법관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발표 수위는 높았다. 그는 "검찰 수사 결과를 듣고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국민적 의혹을 전혀 풀지 못한 발표"라며 "국민이 이번 대선을 냉소적으로 생각하고 선거 불신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쏘아붙였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가 있다고 해서 지금까지 제기된 그 후보의 거짓말과 도덕성에 관한 오해가 덮이진 않는다"며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의 후보 사퇴 요구도 일축했다.
그는 출마 초기만 해도 "이명박 후보의 잘못일 수 있고,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때 "검찰이 조사해 진실이 아니라면 빨리 밝혀 한나라당 후보가 피해를 안 입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이날 발언은 달랐다. 캠프는 당혹해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검찰이 권력과 야합해 이명박 후보를 구하기 위해 면죄부를 줬다"며 "앞으로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한 인터넷 언론이 잠시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내린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 측이 긴급 회동을 갖고 BBK사건에 대해 조율했다'는 기사를 들며 "이명박 후보 진영과 현 정권과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혜연 대변인은 "오늘은 검치일(檢恥日)"이라고 비난했다. 이 후보 캠프는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반부패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도 세웠다.
한편 이 후보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청사와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각각 500여 명씩(경찰 추산) 모여 "정치 검찰은 물러가라" "권력 야합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집회를 가졌다.
글=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