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이곳을 주목하라 ①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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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펀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연초의 리츠펀드나 하반기 해외 투자금을 싹쓸이한 중국펀드, 내놓은 지 20여 일 만에 4조원을 끌어당긴 미래인사이트펀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어떤 펀드가 ‘된다더라’는 소문이 나면 그곳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하지만 결과는 뒷북이기 십상이다. 남보다 한 발 앞서 정보를 얻고, 투자할 수는 없을까. 덜 알려졌지만 도약하고 있는 신흥시장을 네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 시장이 한국 투자자들에게 열리고 있다. 올 7월 JP모간자산운용이 ‘JPM중동&아프리카주식’펀드(1470억원)를 출시했다. 이어 NH-CA와 피델리티에서도 같은 종류의 펀드를 내놨다. 미래에셋과 신한BNPP는 최근 모펀드 형태로 아프리카펀드를 출시했다. 바람은 불었지만 아프리카는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생소하다. 지역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한정돼 있다시피 하다.

 ◆아프리카 ‘대표선수’= 남아공은 인구 4800만 명에 1인당 국민소득이 5318달러(2006년 말 기준)다.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일인당 1만 달러를 넘어선다. 한 해 경제성장률이 5% 안팎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박영호 전문연구원은 “남아공은 1999년 이후 장기적인 경제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브릭스(BRICs) 이후 차세대 중심 시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세계 경제를 이끌 4개국을 가리킨다.

 피델리티의 중동·아프리카펀드인 ‘EMEA주식형펀드’에서 아프리카 비중은 48.7%. 이중 92%가 남아공이며, 다음으로 나이지리아·이집트 순이다. JP모간 역시 아프리카 투자 중 남아공 비중을 83%로 두고, 나머지를 이집트로 메우고 있다. 남아공의 최대 성장동력은 풍부한 지하자원이다. 금과 백금·크롬광·규산알루미늄은 저장량과 생산량에서 모두 세계 1위다. 덕분에 총수출의 30%를 광업이 차지할 정도다. 이외에도 GDP의 5.6%,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과 세계 500대 은행에 4개가 들 정도의 금융산업도 튼튼한 버팀목이다.

 ◆120년 역사, 세계 19위 증시=1887년 설립돼 120년 역사의 요하네스버그증권거래소(JSE)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19위(10월 말 기준)로, 우리나라보다 불과 두 단계 아래다. JES지수는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21% 상승했다. 중국과 인도·한국 등 아시아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만족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37.6%의 상승률로 세계 8위를 기록한 대표적 신흥시장이다.

 현지 증시에 상장된 광산업체 중 하나인 ‘아프리칸 레인보 미네랄스’는 지난해 6억6900만 달러 매출에 1억900만 달러 순이익을 기록했다. 아프리카 곳곳에 광산을 보유한 이 회사는 지난 1년간 주가가 두 배가량 올랐다. 덩달아 주당순이익(EPS)도 100% 넘게 급등했다.
 JP모간자산운용의 기준환 이사는 “남아공은 천연자원 가격 상승의 대표적 수혜국가”라며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한 남아공 경제와 증시도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소비시장 꿈틀, 인프라 개발 시동
아프리카는 투자 가능성 무한대”

피델리티 투자담당 해먼드 이사

 영국 런던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마크 해먼드(사진) 투자담당 이사는 ‘신흥시장 전도사’다. 최근 중동·아프리카펀드인 ‘EMEA주식형펀드’의 한국 출시에 맞춰 방한했다. 그는 신흥시장 중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발전 가능성을 강조했다.

 -아프리카 투자의 매력은.

 “아프리카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지역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최근 도로와 항만 등 공공 인프라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생존 차원을 넘어 소비를 시작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 것도 매력이다.”

 -한국 투자자들이 중국과 인도 등을 두고 굳이 아프리카에 투자할 필요가 있나.

 “아프리카 증시는 중국 등 아시아 증시와 상관관계가 낮다. 올해 수익률로만 보면 중국 펀드에 못 미치겠지만 분산투자 수단으로 적합하다고 본다.”

 -아프리카 투자에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중이 절대적인데.

 “남아공은 아프리카 투자의 관문으로 생각하면 된다. 남아공 기업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활동무대는 아프리카 전 지역이다.”

  -시장 전망을 해본다면.

 “장기 투자라면 크게 긍정적이다. 단기적으로도 2010년 월드컵이 남아공에서 열린다. 경제발전의 중요한 계기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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