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 키티호크 항모 홍콩 정박 거부 … 후진타오가 직접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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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이 지난달 21일 미국의 항공모함 키티호크호(사진)의 홍콩 정박을 거부한 것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가 전했다. <중앙일보 11월 30일자 18면>

보도에 따르면 후 주석은 키티호크호 입항을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오전 외교부 및 중앙군사위 주요 간부를 소집해 회의를 열고 항모의 홍콩 방문 허가를 취소했다.

아주주간이 보도한 키티호크호 입항 거부 배경은 중국이 모종의 의도를 품고 전략적으로 행동했다는 미국의 분석과 맞물려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번복해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닐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8일 양제츠(楊潔) 외교부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키티호크호 입항 거부는)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9일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장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하루 만에 번복했었다.

중국의 오락가락하는 해명 역시 미국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 문제와 티베트 독립, 신장 위구르 독립 등을 문제 삼아 번번이 중국을 곤란에 빠뜨린다고 여기고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최대 정치행사인 제17차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에 부시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면담한 것에 대해 중국 지도부의 불만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미 군함의 입항을 거부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의 '내정 간섭'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은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의 키티호크호 정박 거부 관련 성명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미국의 잘못된 행동이 중.미 관계를 해칠 수 있다"며 "달라이 라마에게 황금메달상을 수여한 것은 물론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모두 잘못된 일이었으며,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었다.

한편 중국은 키티호크호에 앞서 지난달 20일에도 미 해군 기뢰제거함인 패트리엇호와 가디언호가 폭풍을 피해 홍콩에 정박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했지만 거부했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순양함 뢰벤 제임스호의 홍콩 입항도 거부했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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