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판단보다 法理우선-이원종 前시장 귀가조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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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이 4일밤 이원종(李元鐘)前서울시장을 귀가조치한 것은 국민의 법감정이나 정치적 고려보다는 법 해석에 충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李 前시장에 대해 앞으로 참고인 조사와 압수된 서울시관계서류 검토등을 통해 혐의 내용을 계속 확인해나갈 방침이라고밝히고 있으나 사법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계속 수사」라는 검찰의 의지 천명이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등을 고려한 명분일뿐 현실적으로 그를 재판에 회부할 경우 공소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李 前시장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결과적으로 우명규(禹命奎)前시장을 포함한 당시 서울시 수뇌부에게 면죄부만을 안겨주었다는 지적도 있다.당초 검찰은 이번 사고를 둘러싼 국민들의 분노 해소,부실시공과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대형사고 예방의 차원에서 다소 법적인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李 前시장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이 집중 검토했던 이론이 바로 보증인적 지위론(保證人的 地位論)이었다.독일에서 판례로 확립돼 있는 이 이론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교량붕괴 위험으로부터 서울시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감독과실 책임론과 외국의 판례등을 입수,정밀 검토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책임확장이론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조차 반대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이 때문에 서울지검은 4일오후 특수부와 형사부 부장검사들을 소집,찬반토론까지 벌였다.
반대론자들의 의견은 한마디로 업무상 과실을 인정키 위해선 과실로 인한 결과에 대해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도 李 前시장이 성수대교 붕괴를 예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검찰은 결국「사법처리 불가」쪽을 선택했다.
신광옥(辛光玉)수사본부장은『당초부터 직무유기죄의 적용은 어렵다는 판단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을 집중 검토해왔으나 이를 입증할만한 구체적 과실을 발견치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검찰이 李 前시장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굳혔다가 우명규(禹命奎)시장의 책임론이 대두되자 정치적 고려에 의해 소환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실기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검찰은 향후 수사계획과 관련,禹 前시장에 대한 소환계획은 없으며 최원석(崔元碩)동아그룹회장에 대해서는 다음주중 소환해 사실확인작업을 벌인다는 내부방침을 정해놓고는 있으나 이들의 사법처리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金佑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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