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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업계 성수대교붕괴에 호들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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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東京=郭在源특파원]지난달 21일 발생한 성수대교붕괴사고를 갖고 일본매스컴과 건설업계가 우리업계의 해외진출을 견제하는 대단한 호재(好材)로 삼고 있다.
사고가 터진 날 일본신문들은 일제히 대문짝만한 사진과 함께 1면 톱.사이드기사 로 이를 보도했는가 하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쿄(東京)신문등 일부 신문은 기동력을 발휘해 전문가의 해설까지 곁들였다.「일본의 상식으로는 생각도 못할 사고」라는 일침을 가했다.일본공영방송 NHK는 이날 오전8시30분부터 온종 일 이 사고를 톱뉴스로 보도했다.
매스컴의 보도는 자기나라 사고를 다룰때보다 더 끈질기게 이어져 나갔다.사망.부상자의 숫자가 바뀔때마다 속보로 전했고 서울시장의 경질,총리의 사표제출과 반려,대통령의 對국민 사과까지 빼놓지 않았다.사정은 다르지만 뒤이어 터진 25일 유람선화재사고 역시 방송은 최중요기사로,신문은 사진과 함께 1면및 사회면에 크게 부각시킴으로써 얼렁뚱땅과 부조리가 판치는 나라라는 인상을 일본인은 물론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강력히 전파했다.
매스컴의 극치는 뭐니뭐니해도 NHK가 매일저녁 9시30분부터30분간 방영하는『클로즈업 현대』라는 인기고정프로에서 27일「다리는 왜 떨어졌는가」란 제목으로 사고를 분석한 것.「시장경질과 원인규명으로 흔들리는 한국」이란 부제목을 달 고 방영된 이프로에서는 용접모델과 실물크기의 약5백분의1 정도될 모형다리를갖고 나와 상세히 분석해 나갔다.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내린 결론은「시공잘못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것.
이번 사고이후 일본에 진출해있는 한국건설업체들은 부쩍 신경을많이 쓰고 있다.매스컴도 그렇거니와 일본업계의 눈초리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는 97년 일본의 공공건설시장이 개방되기에 앞서 뭔가 일본공공기관들에 좋은 인식을 심어줘야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난데없이 악재가 터진 것이다.기술적 신뢰를 떨어뜨린 것은 물론이고 한국건설업 전반에 불신감을 갖게 되지않을까 우려된 다.
우리업계는 일본의 맨션.아파트경기가 살아나 수주물량이 늘 것으로 기대하면서 또한 2000년을 바라보고 공항.항만.대규모 건축공사.고속도로등의 진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올해말부터2년간을 일본시장에서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 요한 시기로 잡고있다.따라서 최근 업체들은 힘을 합쳐 對일본정부 홍보활동 강화책을 마련키로 했다.우리업계 2000년까지의 목표는 일본시장의 1%를 잡는것이다.그래도 엄청난 규모가 된다.
우리업계가 우려하고 있는것은 이렇게 분위기가 고조되는 때에 악재가 나타났다는 것이다.민간공사는 물론이고 공공공사 참여때 일본업계가 이 문제를 들먹거릴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게다가 민간공사에서 우리를 외면하거나 일본정부가 품질관리강 화등 엄격한시공지시를 내릴수 있는 행정지도 가능성도 생각해 볼수있는 것이다. 더 바깥으로 눈을 돌려도 그렇다.일본업계는 이미 미국과유럽시장으로 빠져나갈만큼 성장했다해도 중동과 동남아시장에서 우리와 맞부닥치는 케이스가 자주 있다.
삼성건설의 전영진(田榮鎭)도쿄사무소장은『지금은 민간거래선에서약간의 반응만이 나타나고 있지만 자칫 관청에서 잘못 인식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업계가 이미지구축을 위해 예컨대 안전기술.인력양성을 위한 안전기금을 만드 는 식으로 가시적인 노력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공사주가 임의로 입찰대상자를 골라「입찰초청장」을보내는 것이 관례인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과거 국제수주에서 일본업계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우리업계를 견제했던 경험을 볼때 그들이 중동.동남아시장으로 성수대교 호재를 들고나 올 것은 자명한 이치다.일본언론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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