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正 신호탄 금융계 급속냉각-윤순정 한일은행장 사퇴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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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윤순정(尹淳貞)한일은행장의 돌연한 사퇴로 일부 거액 대출의 집행결정이 미뤄지는등 금융계 분위기가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
행장이 공석이 된 한일은행은 물론 지난 몇달간 은행장이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랐던 4~5개 은행들은 모두들 초긴장 상태에서행장의 거취를 포함해 추가 사정(司正)이 있을지 여부를 확인하느라 거의 전임원들이 일손을 놓다시피하고 있다 .
박재윤(朴在潤)재무장관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尹행장의 사임이 사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건강등 일신상의 사정에 의한 것이며 더이상의 행장 퇴임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금융계는 정부의 이같은 공식 입장을 아무도 믿지 않고 있다.
한 금융계 인사는 『곧 있을 3단계 금리자유화등으로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느라 분주했던 각 은행들에 당분간 「몸조심」바람이 불어닥치면서 거액 대출등 「과감한 결단」은 당분간 못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은행은 4일 오후 확대이사회를 열고 이날부터 이관우(李寬雨)전무 행장 대행체제를 갖췄으며 아직 행장추천위원회 규정조차마련돼 있지 않아 역시 이날짜로 이사회 규정에 추천위원회 규정을 신설했다.
한편 朴재무장관은 尹행장의 사퇴가 확인된 4일 오후에야 과천집무실에 나와 기자간담회를 갖고 『尹행장의 사임을 3일 밤늦게은행감독원장의 보고를 받고서야 알았다』며 다른 재무부 간부들이4일 아침까지도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인 시중은행장이 그만 두는 것을 재무부에 일일이 보고할 필요가없으며 인사자율화가 정착되려면 이 정도까지는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朴장관은 또 尹행장이 뇌물등 비리(非理)문제로 물러난것이 아니며 만약 커미션 같은 문제로 물러났다면 사퇴가 문제가아니고 구속등 법에 따른 조치를 받아야 했다며 尹행장이 본인의뜻에 따라 물러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민간은행장이 스스로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것이므로자신이 추진해온 금융계 인사자율화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金光洙.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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