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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東大生들의 참회 108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동료학생들을 대신해 머리숙여 참회합니다.』 2일 오전10시 교수폭행사건이 발생한 동국대 본관앞.이 대학 국문과 학생 80여명이 폭행사건에 가담한 학생이 국문과 소속으로 밝혀지자 사죄대자보를 붙인데이어 동료의 용서를 비는 참회정진집회를 갖고 있었다.
학생들은 불상을 향해 줄지어 선 채 목탁과 염불소리에 맞춰 두손모아 백팔배를 올리며 용서를 빌었다.
같은 시각 학생대표 6명은 민병천(閔丙天)총장이 소집한 긴급교무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본관 2층 회의장밖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숙이고 사죄의 뜻을 표했다.
참회집회를 마친 학생들은 강의실에 모여 앉았다.
침통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학생들은 대부분『스스로도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며『제자된 도리로서 함께 속죄하자』고 입을 모았다.
또 학교당국의 중징계 방침이 전해지자『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없다』며『제적당한 학생들에게도 잘못을 뉘우치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랜시간 토론을 벌인 끝에 매일 정오 불상앞에 모여 반성의 뜻을 담아 백팔배를 올리기로 결의했다.
이날 국문과 학생외에도 대부분의 동국대생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사건앞에 충격과 함께 반성의 빛이 역력했다.
오후 동국관에서 열린 전체교수회의에서도 평소 학생들을 올바로가르치지 못한 책임을 자책하는 교수들의 발언이 이어졌고 보직교수 29명은 전원사표를 제출했다.한차례 태풍이 지나간 동국대 캠퍼스에서 뒤늦게 나마 참회와 반성의 물결이 일 고 있는 것을지켜보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제부턴가 제자리를 잡지못하고 비뚤어지기 시작한 우리 대학가의 사제관계가 바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趙泓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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