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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8.내고장 환경 내가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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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송파구가락본동 동사무소에는 금요일마다 비누장터가 선다.
간이공장겸 판매장에 투박한 모양의 비누가 차곡차곡 쌓여있고,주민들은 한번에 서너개씩 사간다.
비누값으로 현금은 사절하고 우유팩.신문지등 재활용 쓰레기만 받는다. 『폐식용유로 만든 「환경비누」지요.비누대금으로 받은 재활용품은 다시 팔아 동(洞)예산에 편입시킵니다.재활용 쓰레기를 주민이 스스로 가져오므로 수거비용도 절약돼 일석삼조(一石三鳥)인 셈이지요.』 김홍선(金洪先.42)사무장은 『우유팩 쓰레기는 재생화장지를 생산하는 춘천의 부림제지에 넘긴다』고 소개했다. 가락동에 비누장터가 선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반상회에서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지요.비교적 형편에 여유있는주민들이지만 동네 청결과 절약정신을 위해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 문제는 비누제조기.
『폐식용유를 가성소다와 물에 적당히 혼합하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불량품이 많이 발생됐어요.궁리끝에 추와 저속모터를 장착한1m 높이의 스테인리스통을 발명하게 됐지요.』 그동안 모은 재활용품은 모두 50t가량 된다.
이 가운데 우유팩 3천5백78㎏은 부림제지로 넘겨져 재생화장지가 됐고,신문지 4만여㎏은 재생공사에서 사갔다.
서울마포구의 거리를 걷다 보면 커피 자판기 옆에 길다란 플라스틱통을 발견하게 된다.마시고 난 1회용 종이컵을 모으는 수거통이다. 『처음엔 구청.동사무소등 30개소에 설치했는데 주민 반응이 좋아 상가건물.학교.거리에까지 확대 설치했습니다.』 마포구 생활개혁추진본부 조주연(趙宙衍.34)주임은 『5월이후 현재까지 종이컵 1백58만4천개를 모아 55만5천4백원의 수익을올렸다』고 말했다.
경북김천시 역광장등에는 폐타이어를 이용한 대형화분에 국화꽃이활짝 피어 있다.
노란색.초록색등 페인트를 칠한 폐타이어를 두개씩 포개 흙을 담은 고무 화분이다.
관내 폐차장에서 연간 6천여개씩 쏟아지는 폐타이어 처리에 골머리를 앓던 시청측이 고안해낸 아이디어다.
『도시 미관및 환경오염 방지에다 한개 10만원 하는 대형 화분 대신 2만원정도밖에 안들어 경비절감 효과도 크다』는게 시청측 설명이다.
경북경주군내남면비지리 학동마을은 아예 마을 전체를 「녹색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1백여가구 주민들은 지난해 8월 환경단체인 배달환경연구소와 손잡고 태양열.풍력을 전력원으로 축산폐기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취사연료로 이용하는 완전 무공해마을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하수도 마을내에 공동처리시설을 갖춰 처리하고 쓰레기 공동처리장도 마련하는등 모든 환경문제를 자체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학동마을 박종렬(朴鍾烈.60)이장은 『유기농법과 무농약 재배로 생산부터 처리까지 완벽한 무공해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단체장 선거이후 본격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 가장 시급한 것이 환경문제 해결.
따라서 현재 많은 시.군.구가 「내 고장 환경은 내가 지킨다」는 차원에서 환경오염도 줄이고 예산도 절약하는 사업구상에 한창이지만 아직은 재활용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장 민감하고도 어려운 문제인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님비:NIMBY현상)와 개발욕구의 적절한 조화는 아직도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서울강서구 주민들은 최근 구청의 내발산동 우장산공원내 구민체육센터 건립에 반대,지난달 19일 포클레인 앞에 누워 저지시위를 벌였다.
체육센터는 주민건강과 구청수입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지만 주민들은 『산소공급원이자 자연휴식처』라며 반발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강화도남단 개펄지역은 서해안 유일의 철새도래지이지만 주민들과 군청측의 개발욕구에 밀려 정부의 자연생태계보전지구 지정이 3년째 표류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가운데 서울중랑구민들이 자율적으로 쓰레기 소각장을 유치키로 한 것은 지역이기주의 해소를 통한 환경문제 해결에 한가닥 서광을 비추고 있다.
지난 7월초 주민대표 19명과 구의원.대학교수등 모두 29명으로 구성된「중랑 자원회수시설 부지선정위원회」는 주민설문조사와현지답사등을 통해 10월20일 신내동일대 1만7천여평을 소각장부지로 확정한 것이다.
주민의 적극적 참여가 없이는 환경문제 해결이 어렵고,따라서 지속적 대화와 설득이 필요함을 입증한 사례다.
또한 환경을 잘 보전하는 것이 눈앞의 개발이익보다 얻는 것이크다는 인식확산이 필요하다.
스위스 마테호른봉 아래 체르마트시의 경우 시민 자율로 자동차의 진입을 억제,마차를 운행하고 있다.
자동차가 들어오면 배기가스에 의한 공해가 생기는 것을 염려한것만은 아니다.
산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환경이 훼손되므로 일정수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고,그 방법으로 마차를 이용하게 되면 동시에많은 인원이 몰리지 않으리란 계산이었다.
여기에 관광객이 시골정취에 흠뻑 젖게 하는 효과도 곁들여졌다. 그렇다고 해서 관광객이 불편을 이유로 찾지 않는게 아니라 연중 더욱 많은 관광객이 몰렸고,세계적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게 됐다. 현재 시.군.구별로 이뤄지고 있는 자원재활용 운동은 장차 이처럼 실제적 환경이익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쪽으로 발전돼 나가야 한다.
[특별취재팀=朴鍾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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