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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매니어>SF소설 번역가 서계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외국 추리소설의 번역은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작업이다.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른 수사관행이라든지 법률제도는 물론 요즘엔첨단 무기류에 대한 이해 없인 매끄러운 전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 추리소설은 번역가의 역량에 따라 재미가 가감되기 때문에 추리매니어들은 번역가를 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많다.서계인(33.본명 서현)씨는 독자들이 안심하고 선택하는 추리소설 전문번역가중 한사람이다.
정태원.이기원씨등과 함께 국내 A급 추리소설 번역가로 꼽히는서씨는 의외로 국문학을 전공한 모국어 토박이다.명지대 국문학과를 나온 그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 익히는데 재능을 보여 영어.일본어공부를 많이 했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기 때문에 우리말 솜씨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대학 4학년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번역일을 시작했으며 졸업후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91년부터 전업번역가로 나섰다. 『국민학교때부터 좋아하던 추리소설을 번역해서 즐겁고 또일거리가 밀려 샐러리맨 시절보다 생활도 나은 편』이라는 서씨가지금까지 번역한 책은 30여권.그중 반 이상이 추리소설이다.요즘엔 추리소설쪽 요청이 많아 다른 분야 책은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단다.
그는 특히 전문용어가 많아 번역이 힘든 것으로 알려진 톰 클랜시.로버트 러들럼등의 작품위주로 작업해왔다.클랜시의 『패트리어트 게임』『복수』에 이어 지금은 최신작 『노름빚』의 번역에 착수했으며 러들럼의 『잃어버린 얼굴』『거기에 강이 있었네』『인버브라스』등을 번역했다.최근엔 시공사의 엘러리 퀸 걸작선중 XYZ시리즈 4부작의 번역을 완성했다.
『추리소설은 원작의 저력 자체가 중요하다.
클랜시나 러들럼은 번역은 힘들지만 원작 자체의 재미가 있기 때문에 선호한다』는 그는 미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비디오를 많이 보며 러시아쪽 사정은 안기부에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또 『외국 추리소설 때문에 일거리는 많지만 비싼 저작권이 드는 외국소설에 의존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작가의 발굴.양성이 시급하다』며 자신도 추리작가로 좋은 작품을 써보는게 꿈이라고 덧붙인다. 〈李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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