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를찾아서>12."남성과 여성"책에 얽힌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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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949년에 출판된 이 책은 여러차례 인쇄를 거듭하면서 많은사람들에게 읽혔다.우리나라에서는 77년 범조사에서 현대여성 교양시리즈중 하나로 번역돼 다른 여성관련 저서와 함께 한권에 실려 나왔다.77년 번역판은 완역본이 아니었다.8 0년 범조사에서 완역본으로 단독 출판되었다.이 책은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진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으나 그 유명도에 걸맞게 우리나라에서많이 읽히지는 않은 것 같다.미드의 14년간의 현지조사 경험과25년에 걸친 생각을 정리한 이 책이 너무 방대하고 여성학자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보수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에게는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문화적경험의 차이가 있다는 미드의 주장은 남녀의 차이를 부인하는 일부 여성해방론자들의 비판을 받았다.그러나 미드가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남녀 경험의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에 동조하거나 여성의 평등권 운동을 반대한 것은 아니다.미드는어느 한 성을 특정 기질과 역할에 얽매어 개성과 개인의 창조적인 활동을 억압하는 것에 반대했다.하지만 여성이 출산 한다는 엄연한 사실과 그에 따르는 모성적인 경험은 무시하거나 부정해야할 부분이라고 보지 않았다.유아의 필요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호하는 모성경험은 성취지향적이고 경쟁적이며 어떤 면에서 파괴적인남성의 경험을 보완해 주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중요한 자원으로 본 것이다.
미드는 끊임없이 경쟁하고 경쟁에서 이기라고 부추기는 미국문화안에서 불안과 갈등을 겪는 남성들도 여성 못지 않은 희생자라고생각한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은 남성들을 이러한 압력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일이기도 하다.이런 의미에서 미드가 『남성과 여성』에서 내린 결론은 남성해방이 필요하다는 암묵적인 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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