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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캠프 대선 백넘버 ‘12번’ 달고 환호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오후 5시 서울 남대문 단암빌딩에 있는 무소속 이회창 캠프 사무실에서 때아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중앙선관위에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시점이었다.

이날 오후 황종국 부산지법 전 부장판사가 같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려고 선관위를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회창 캠프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어차피 기호가 10번대 이후로 밀려난 바엔 맨 마지막 번호가 낫다고 생각해왔는데 황 전 판사가 후보 등록을 하면 무소속 후보의 배정 기준(이름 가나나 순)에 따라 맨 마지막 번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전 판사가 선관위를 방문했으나 추천서류 미비로 등록을 못하게 됨에 따라 마지막 번호는 이회창 후보의 몫으로 돌아갔다.

선거 포스터ㆍ현수막이나 투표 용지에 등장하는 기호는 등록 마감일 현재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숫자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이명박ㆍ정동영 후보는 일찌감치 2번과 1번을 받아 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는 후보 등록 상황에 따라 대선 레이스에 함께 할 ‘백 넘버’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동안 마음을 졸여온 게 사실이다.

이회창 캠프의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최근 ‘이순신이 12척의 배로 왜적을 물리친 심정으로 선거에 임하겠다’며 12란 숫자를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기호 12번을 달게 됐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12이라는 숫자는 ‘마지막 번호’나 ‘이순신의 12척 배’말고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12는 성서의 상징 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완전수(perfect number)다. 법과 질서, 통치를 의미한다. 예수의 12 제자, 이스라엘 민족의 12 지파(부족)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요한계시록 22장 2절에 등장하는 생명나무도 12가지 과실을 맺는다. 천국에는 12문, 12 기둥, 12 보석, 12 진주문이 있다. 신약 성서에 나오는 성령의 열매도 12가지이다. 구약성서에서 12라는 숫자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창세기 14장 4절이다. “이들이 12년 동안 그돌라오멜을 섬기다가 제13년에 배반한지라.”

이밖에도 12는 완전한 주기, 우주의 질서를 상징한다. 3×4=12에서 3은 신, 4는 인간을 의미해 12는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의 조화를 의미한다. 황도의 12 궁도, 1년의 열 두 달, 헤라클레스의 열두가지 과업, 우주수(宇宙樹)의 12 과실에서 12가 등장한다. 중국에도 십이지(十二支)가 있다. 켈트 칼 대제의 용사나 아서의 원탁 기사도 12명이었다.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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