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소위로 중공군에 포로 43년만에 북한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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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가안전기획부는 24일 6.25전쟁 당시 포병소위로 참전중 중공군에게 포로로 붙잡혀 북한으로 끌려간 조창호(64)씨가 최근 북한을 탈출,23일 전북군산항 서남쪽 80마일 해상에서 수산청소속 어업지도선에 구조됐다고 밝혔다.
조씨는 현재 서울풍납동 현대중앙병원에 입원중이며 북한에서의 장기간 탄광생활로 진폐증 2기의 중병을 앓고 있다.
안기부에 따르면 조씨는 23일 새벽 1시쯤 서해 먼바다에서 횃불로 긴급 구조신호를 보내 마침 조업 지도중이던 수산청소속 어업지도선이 이를 포착,구조됐다.
구조당시 30t급 목선에 타고있던 조씨는 오랜 항해와 긴장으로 심신이 탈진상태였으며 『43년만에 북한을 탈출하는중』이라고되풀이했다.
수산청으로부터 조씨의 신병을 인계받은 안기부는 즉각 조씨를 병원에 옮겼으며,진단결과 뇌졸중 증세에 따른 언어장애.하체 신경마비및 규폐증을 앓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기부의 1차 조사결과 조씨는 50년 연세대 문과대학 1학년재학중 6.25동란이 일어나자 자원입대,육본직속의 포병101대대 관측장교(소위)로 참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참전중 51년5월 강원도인제 전투에서 중공군의 포로로붙잡혀 북한으로 끌려갔으며,52년2월 월남을 기도하다 실패해 13년간 교도노동형을 선고받고 아오지.원산.강계교화소등에 수용돼 강제노역을 당해왔다.
조씨의 서울주소는 종로구효자동165번지로 가족으로는 현재 서울에 누이 1명과 여동생 4명이 거주중이며,미국에는 남동생 1명과 누이 1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前건국대 가정대학장을 역임한 조창숙씨는 친누나,前리비아대사 최필립씨는 이종사촌 형으로 밝혀졌으며 이들중 조창숙씨등 3명의 친척은 23일오후 현대중앙병원에서 조씨를 면회했다. 조씨는 이자리에서『살아서 돌아와 가족을 만나게 되니 꿈만 같다.이제 죽어서라도 조국땅에 묻히게 돼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64년8월 수용소를 나온 조씨는 자강도 화풍광산에서13년간 광부로 일해오다 77년7월 중강군 호하광산으로 옮겨져막장생활을 했으며,규폐증이 심화되자 탈북때까지 직업없이 생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당국은 조씨를 일정기간 병원에 수용,치료를 계속하면서 구체적인 탈출경위와 북한생활을 규명할 계획이다.
〈朴鍾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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