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만드는사람들>MBC청소년드라마"사춘기"연출 장용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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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흔히들「평범한 것은 주목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관념에 대해 조용히 반기를 들고 나선 드라마가 한 편 있었다.MBC드라마『사춘기』가 바로 그것.
이 드라마엔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사나 변호사등의 전문직업인도 없고 그다지 잘 났다고 할 수 없는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의 평범한 생활을 소재로 한 것에 불과한데도『사춘기』는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하는등 방송 가의 관심거리였다. 『사춘기때만큼 새롭고 충격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하는때가 없잖아요.이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제일 큰 장점은 저도 사춘기를 경험했다는 사실일겁니다.』 지난해 4월부터 이 드라마를연출해온 장용우(37)PD는『드라마 연출 역시 경험의 충실 한반영』이라고 설명한다.
드라마를 시작하기전 그는 국민학교때부터 써온 자신의 일기를 찾아 작가에게 건네주는 한편 사범대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설문조사를 실시해 아이들의 세계를 엿보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또 컴퓨터통신은 그가 청소년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서 중요한 창구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과정을 통해「폰팅」「삐삐」「용돈」「몽정」등의 드라마 아이템을 200여개 모을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한편「카메라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연스러울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그의 연출의 특징.TV화면에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연출이 치밀해야 한다고 믿는 그는 심지어40여명의 엑스트라에게까지 일일이 연기를 지시할 만큼 출연자의말투.몸짓에 대한 「계산」에 철저하다.
『시청률때문에 한창 고전을 겪을 당시,학생들은 물론 적잖은 학부모와 교사들로부터 드라마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부터 희망사항.소재등 격려받았을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그러나 이제 그가 아쉽게도『사춘기』를 떠난다.
최근 그는 MBC 광복50돌 특집극『전쟁과 사랑』프로듀서(지원담당)로 발령받아 드라마『사춘기』를 후배PD에게 물려준 것.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틈틈이 시를 써오는 한편 노영심씨의「이야기피아노」콘서트를 연출할만큼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는『앞으로도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는 드라마 또는 전문 뮤직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李殷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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