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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공연기획 폭증 뮤지컬 주연 캐스팅 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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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뮤지컬배우를 잡아라」-.요즘 각 극단기획자나 연출가들에게 떨어진 지상과제다.연극배우는 물론 인기가수나 탤런트들에까지 출연섭외가 몰리고 극단마다 공개오디션을 잇따라 여는등 배우찾기에몸살을 앓고있는 것이다.이는 많아야 한달평균 세 편을 넘지않던뮤지컬 공연이 연말연시를 앞두고 대형작 10여편을 포함,20여편의 뮤지컬이 한꺼번에 몰린 때문이다.
올들어 『캣츠』『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등 외국 대형뮤지컬의 흥행성공에 고무된 각 극단이 너도나도 뮤지컬공연을 추진하면서 배우기근을 부채질하고 있다.
12월20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될 극단 현대극장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앤드루 로이드 웨버작.표재순 연출)는 지난 8월부터 배우물색에 들어가 예수역에 조하문.유다역에 강산에등 가수를,빌라도역에 탤런트 유인촌을 캐스팅 했으나 마리아역을 맡길 마땅한 여배우가 없어 지난 10일과 20일 두차례의 공개오디션을 가졌다.그러나 적역을 찾지못해 현재 가수 신효범에게 출연을 제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 관계자는『노래.춤.연기 3박자를 갖춘 배우를 찾기가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며『우리 뮤지컬은 연기력보다 탤런트나 가수등 대중스타를 동원해야 흥행에 성공한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 배우 캐스팅을 더욱 어렵게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1월중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계획이 잡혀있는 배우협회의 『나도 출세할 수 있다』(에이브 바로우스작.정진수 연출)역시 지난 7월부터 캐스팅에 들어갔으나 아직까지 주역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남녀주인공을 더블캐스팅한 이 작품은 지난달까지 주역을 확정짓지 못하다가 이달들어 여주인공은 탤런트 배정옥.허윤정으로 결정했으나 마땅한 남자주인공을 아직 찾지못해 고심하고있다.극단측은 연극계의 뮤지컬 전문배우로 불리는 남경읍과 탤런트 박상원을 더블캐스팅할 계획이나 박상원이 난색을 표명,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전문극단 에이콤(대표 윤호진)이 내년1월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할 『심수일과 이순애』(윤석화 연출)도 사정은 마찬가지.지난 2월 공연한『아가씨와 건달들』공개오디션을 통해 모집한 배우들을 계속 훈련시켜 와 코러스나 조연급배우 조 달에는 비교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주연배우 섭외에 애를 먹고 있다.지난6월께부터 배우물색에 나섰던 극단측은 이달 들어서야 가까스로 이순애역에 탤런트 나현희를 캐스팅했으나 심수일역이 확정돼지 않아 고민중이다.개그맨 이휘재와 물밑 교섭을 진행중이나 이씨의 출연료.군입대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캐스팅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이밖에 극단 신시뮤지컬컴퍼니가 내년 1월초 공연할『그리스』(김상열 연출)도 적역 배우를 찾지못해 이달말 공개오디션을 통해 여주인공 샌디역을 모 집할 계획이고 극단 서울무대등 중소극단의 배우모집도 줄을 잇고있어 뮤지컬배우 찾기 전쟁은 갈수록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연출가 윤호진씨는 뮤지컬붐이 계속될 경우『배우를 찾지못해 공연을 포기하는 사태도 생길수 있을 것』이라며『그간 국내 연극계가 변변한 전문배우 양성기관 하나 없이 배우양성에 소홀히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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