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프로야구 시리즈 철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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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프로야구에서 결코 깨질 수 없는 영원불멸의 기록이 있다면「한투수가 혼자 시리즈 4승을 거둔 것」을 들 수 있다.
한국시리즈를 비롯,미국의 월드시리즈나 일본시리즈가 모두 7전4선승제로 치러지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투수라도 시리즈에서 4승을 거두기는 불가능하고 타이기록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84년 당시 롯데 에이스 최동원(崔東原)이 유일한시리즈 4승투수로 남아 있다.
84년 27승을 기록해 시즌 MVP로 뽑힌 崔는 그해 한국시리즈 7경기 가운데 5경기에 출장,4경기서 완투하는 등 혼자서4승(1패)을 거두는 「철완」을 과시했다.
그러나 최동원보다 더한 투수가 일본에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 「투수의 신(神)」으로 불리는 이나오 가즈히사(니시데쓰 라이온즈)는 5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일본시리즈에서 혼자 6경기에 등판,4승2패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1차전과 3차전에서 연속 2패를 당한 이나오는 4차전부터 7차전까지 모두 마운드에 올라 4연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특히 4-3,한점차로 이긴 5차전에서는 타자로 홈런을 쳐내기도 해 그해 일본시리즈를 「이나오 1인극」으로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당시 일본에서는 「부처님,하느님 다음에 이나오님」이라는 유행어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바로 다음해인 59년 낭카이 호크스의 스기우라 다다시에 의해 이뤄졌다.
스기우라는 59년 시리즈에서 1차전부터 4차전까지 쉬지않고 등판해 4연승을 거두며 싱겁게 시리즈를 마무리,상대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일본시리즈 8연패의 치욕을 안겨 주었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월드시리즈에서는 아직 4승을 거둔 투수가없고 3승투수가 몇명 있을 뿐이다.
57년 밀워키 브레이브스의 류 버데트가 3승을 거두자 당시 감독이던 프레드 헤이니는 『류가 요리만 할줄 알면 청혼을 하겠다』며 감격하기도 해 시리즈의 4승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짐작케하고 있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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