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 직권 말소 헌법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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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카드 빚 등을 갚지 못해 금융기관의 독촉을 피해 다니다 주민등록이 없어지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전주시가 이들의 인권보호에 나섰다.

전주시는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된 사람들의 기본권 침해 등에 대해 이달 말께 헌법재판소에 소원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법률 전문가의 자문 결과 주민등록 말소자의 국민 참정권과 미취학 자녀 관련 부분 등에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에 따라 전주시민들을 대표해 헌법소원 등을 낸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또 주민등록 직권말소 요건 및 절차 등의 개선을 행정자치부 등에 건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 개선과 헌법소원,인권위 조정은 오랜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 시 차원의 구제활동을 우선 펴기로 했다.

시는 취학을 못하고 있는 주민등록 말소자 자녀들을 파악해 거주지역 학교장에게 통보,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계획이다.

또 기초생활 보호 대상자는 금융기관에 의해 주민등록이 말소됐더라도 현 거주지에서 1개월 이상 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주시 행정관리과 김종성씨는 "채무에 따른 재산상 불이익은 당연한 일이나, 채권자가 법을 악용해 주민등록 직권말소 신청을 남발해 국민의 기본생활권까지 침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무적(無籍) 시민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전국 자치단체.시민단체들과 힘을 합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현재 주민등록 말소자들은 의료보험.국민연금.주택임대차계약서 확정일자 등의 혜택을 못 받고 선거권.피선거권을 제한받는가 하면 자녀들을 취학시키기 어렵고 재취업.금융거래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전주시에서 지난 한 해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은 2천3백76명이며, 이 중 금융기관 등에 빚을 져 말소 당한 사람은 전체의 63%인 1천5백5명이다.

금융기관 등은 채무자에 대한 소액사건 재판 진행과정에서 공시송달 신청을 내세워 주민등록 사실 조사를 의뢰하고 동사무소는 한달 가량 확인 절차를 거쳐 실제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주민등록을 직권 말소하고 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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