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뇌관' 둔 채 후보 등록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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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선거의 이른바 '마지막 뇌관'은 후보 등록일(25~26일)을 이틀 앞둔 23일까지도 해체되지 않고 있다. 'BBK 김경준'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을 것이냐 아니냐 때문에 주목을 받아 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2일 "김경준씨 수사는 수일 내에 어떤 결론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의 마지막 뇌관에 대한 수사 발표가 25일 후보 등록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토로였다.

김경준씨가 귀국하던 16일께만 해도 검찰은 24일을 1차 수사 발표 기한으로 삼았다. 후보 등록 하루 전이 유력한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 적기라고 본 것이다.

후보 등록 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대선 후보는 7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구속이나 체포되지 않는 법적 보호를 받는 데다 자칫 검찰이 선거 개입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김경준씨가 귀국하기 전부터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광범위한 참고인 사전조사를 했으며 김씨를 '밤샘 조사'한 것도 24일 중간수사 발표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발표할 수 있는 수준의 수사 내용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8월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이른바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 지분을 두고 "제3자의 소유로 보인다"는 모호한 발표를 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역풍을 맞고 신뢰 문제에 직면한 적이 있다.

수사가 미뤄지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BBK 사건은 불발탄 내지 오발탄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폭탄은 이미 터진 상황"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중간수사 발표를 12월 19일 대선 이전에 할까, 이후에 할까.

정치권에선 선거일 이전에 검찰이 발표할 경우 '이명박 후보는 범죄와 무관하다' 혹은 '이 후보가 관련 있다'는 취지를 밝혀야 할 텐데 어떤 내용이든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를 기소에 이르게 할 정도로 결정적 물증이 확보되지 않으면 12월 19일 대선 이후로 연기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경준 뇌관'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터질 폭탄이 될 것인지 대선 이후까지 잠복할 불발탄인지는 24일 취임할 임채진 신임 검찰총장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고정애.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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