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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공무원 재산등록 범위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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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인천시(仁川市)세금횡령사건으로 불거진 공무원사회의 부패상은 급기야 하위직 공무원에게까지 재산등록을 하도록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비상처방이 나오게 했다.이제 세무직등 민원담당부서 공무원의 경우 말 그대로 집에 숟가락 몇개 있는지까지 투명하게 추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이에따라 공무원사회는 반발하거나 움츠러드는등 벌써부터 재산등록확대로 인한 일대 소용돌이가 시작된 느낌이다.그러나 정부의 의도대로 재산등록확대를 통한 공무원비리의 원천적 봉쇄가 어느정 도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며 넘어야 할 장애물도 결코 적지 않다.재산등록범위확대방침의 허(虛)와 실(實)을 일선 창구 민원담당직원들의 현장 점검을 통해 집중 조명해 본다.
지난해 6월 공직자윤리법의 개정에 따른 공직자 재산등록대상은모두 3만4천6백24명이었다.보통 국가직 또는 지방직을 불문하고 일반.별정직 구분없이 4급이상 공무원에 국한시켰다(이중 공개대상은 1급이상).
감사원.국세청.관세청 소속 공무원은 6급까지가 등록대상이며 경찰공무원은 경정과 경감도 포함됐다.
소방공무원은 소방령.소방경및 지방소방령.지방소방경이 포함됐다.법무부및 검찰청 소속 공무원중 5,6급 검찰사무직도 등록대상. 이 등록범위가 내년부터는▲국세직▲관세직▲검찰직▲감사원의 경우 9급까지로 확대되며 경찰은 경위.경사까지,소방직은 소방장까지 포함된다.특히 부처감사관실이나 지방자치단체 세무관련 부서의경우 세무직.감사직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로 9급까 지 확대된다. 이에 따른 전체 등록대상 인원은 9만4천여명으로 현재보다 6만여명이 늘어나게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96년부터는 건축.공사.토지.환경.보건위생 관련직 또는 관련부서의 모든 공무원으로 등록범위가 확대돼 전체공무원 90만여명의 20%가 넘는 19만2천여명으로 등록대상이 확대된다.그러나 순환보직에 의해 세무나 감사 담당부서의 업무를 맡게 될 경우 재산등록을 피할 수 없어 사실상 거의 전체공무원이 등록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보유재산을 등록해야 하는 친족은 본인과 배우자.직계존비속에 한하며 부양하고 있지 않은 직계존비속의 경우는 사정을 알 린 후 등록하지 않을 수 있다.
등록대상은 물론 부동산.동산을 망라한 재산 일체다.
정부는 이같은 재산등록범위 확대방침에 따라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개정중이며 올해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정비할 계획이다.
***공직사회 반응 정부의 재산등록범위 확대방침을 접한 일선공무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實效性)여부에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현실을 도외시한 조치라는등 대체로 부정적이다.
재산등록범위 확대에 따라 직접적인 등록대상이 될 부서의 공무원들은 우선 『그동안 성실하게 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도매금으로매도되는 현실이 가슴아프다』며 그같은 의혹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광주시(光州市)의 한 세무부서 직원은『다음 인사때는 운동을 해서라도 세정과를 빠져나가야겠다.단지 세무부서에 근무한다는 이유때문에 도둑놈 취급을 받는 것같아 기분나쁘다』고 말했다.
재산등록대상인 특정부서의 경우 인사기피등 심각한 내부갈등이 우려되며 등록대상부서 근무공무원과 타부서 직원간의 위화감 조성등의 후유증도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부정적 반응 이같은 예상은 자신의 재산등록에 대해서는『변변찮은 재산에 대해 무슨 등록이냐』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타부서에 대해서는『말단직원까지 모두 등록해야 한다』는 이중적(二重的)시각에서도 잘 나타난다.
예컨대 세무.감사직 공무원들은『가장 부정(不正)의 소지가 많은 곳은 건축.공사관련 부서인데도 재산등록을 세무.감사직보다 1년늦은 96년부터 시행하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소치』(대구시근무 P씨)라고 불평했다.
내무부의 한 관계자는 특히『특정부서 근무자만 등록대상으로 하면 타부서 직원과의 위화감도 문제거니와 인사교류때마다 등록대상자가 바뀌는 번거로움이 있어 고위직처럼 부서를 구분치 말고 직급에 따라 일정계급이상의 공무원으로 범위를 정하는 편이 오히려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공무원들의 생활실정을 낱낱이 드러내 공무원 처우개선등의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게 제기됐다. ***문제점과 대책 일선공무원들의 반응도 반응이지만 이 제도가 정착돼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무엇보다 96년이후 약20만명에 달하게 될 대상자를 현재의 담당부서 인원으로는 실사(實査)를 비롯,효과적인 관리.운영이 불가능 하다.
현재 등록업무는 총무처 윤리담당관실과 각 부처및 지방자치단체등의 감사담당부서가 맡고 있으나 확대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정부도판단하고 있다.시.군별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구성돼 있는 지자체의 경우 그동안 4급이상 고급공무원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특정부서를 중심으로 등록대상자가 늘어난다 해도 소화해 낼 수 있지만 국세청.경찰청등 추가등록대상이 대폭 늘어나는 부처는 사정이 다르다.
감사담당관실 직원 47명으로 그동안 본청및 지방청소속 공무원3천9백여명의 재산등록을 받아 온 국세청의 경우 등록대상이 1만4천9백여명인 全직원으로 확대될 경우 1인당 3백명꼴로 재산등록및 실사를 맡아야 할 형편이다.
물론 재산등록대상이 늘어난 만큼 이 업무를 담당할 감사담당관실 직원을 늘리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모르나 공무원정원 동결방침에 그마저 쉽지않다.그러나 일단 등록을 받고 문제가 있는 재산만을 실사하는 방법을 택한다 면 어렵게만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직급과 경력등에 비춰 재산을 과다보유했거나 보유재산 규모에 변동이 있는 특정공무원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실사를 한다는 것이다.또 첫해엔 어렵지만 해가 지나면서 재산변동만을 체크하면 된다. ***實名制도 걸림돌 총무처 윤리담당관실에 따르면 부동산의 경우 내무부를 통해 등기부등본.토지대장.가옥대장등의 전산조회가 가능,비교적 손쉽게 대조가 가능하나 예금등 동산의 경우 현재의 제도로는 그야말로「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라는 것이다. 특히 금융실명제에 관한 긴급명령에 따라 등록대상자중 재산공개 非대상자에 대해서는 금융계좌에 대한 조사가 봉쇄돼 있는데다특정점포단위로만 조사가 가능,정부는 이 명령의 개정을 추진하고있다. 그러나 아무리 재산등록의 범위를 넓히고 실사방법을 보강한다 하더라도 이 제도가 공무원비리 근절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부동산의 경우도 명의신탁제도를 통한 빼돌리기가 가능하지만 현금자산의 경우 97년 금융자산 종합과세제도가 실시되기까지는 얼마든지 분산.은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재산증식을 통해 등록과정에서 검색될 수 있는 고액의 뇌물에 대해서만 예방이 가능할 뿐 소규모의 용돈성 뇌물에 대해서는현장사정에 의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총무처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재산등록에 의해 모든 부정비리를 차단한다기 보다는 심리적인 간접억제효과를 노리도록 해야 한다』며『중요한 것은 대상공무원의 재산보유현황과 변동상황을 철저히 추적함으로써 부정을 통한 불법재산증식을 막고 아울러 예방기능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고 등록범위의 확대취지를 설명했다.
〈金鎭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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