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찰연기 국민설득 고심-北美합의 수용 정부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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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네바 北-美회담의 막바지 타결을 앞두고 청와대.외무부등 정부측은 미국으로부터 통보받는 北-美간의 합의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한국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평가하며 후속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는 北-美간의 합의에서「경수로 공사전 핵투명성 확보(특별사찰)」라는 시기에는 그동안 韓美가 합의한 내용에는 못미친다고보고 있으나 다른 합의내용은 한국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北-美합의가 큰 틀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 동결로 한반도의 비핵화란 기본목표가 달성될 분위기 조성과 남북대화에도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도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는 北-美간에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가 추진돼야 한다는점과 평양과 워싱턴간의 연락사무소도 미국이 판단하면 언제든지 개설할 수 있으나 남북대화와 연계해 추진한다는 것등이 명문으로는 아니어도 상당한 양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수로 모델은 北-美합의가 한국형을 못박지는 않더라도 미국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제공키로 함으로써 사실상 양해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한국이 경수로 제공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적이고 미시적으론 그동안의 韓美 입장이 상당히 후퇴된 듯 보이지만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론 큰 문제를 해결하는 구도가 짜였다고 보고 상대가 있는 협상에선 서로의 양보가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핵 투명성 확보시기가 당초보다 늦춰진 것에대한 국민 설득에고민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보수강경세력들은 핵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경수로를지원하는 것은 핵위협을 제거하지 않는 상태에서 北-美의 놀음에 우리가 돈만내는 꼴이라고 비판해 왔다.
정부도 북한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수로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며 특별사찰의 시기와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北-美는 이번 합의에서 특별사찰 시기를 「경수로 본체의 주요기자재가 도착하기전」으로 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경수로 공사 시작전」으로 상정하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경수로 공사기간을 설계단계에서 가동까지를 약 10년으로 잡을 경우 기간으로는 5년,비용으로는 절반 가량이 소모된 시점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기간으로는 2~3년,비용으로는 30~40%정도 더 투입된 시점이 되는 것이다.
경수로 전체 공사비가 40억달러(3조2천억원)에 달한다면 그중 절반(1조6천억원)가량이 투입된 후에야 핵투명성이 확보되는것이다. 이에 대해 민자당 이세기(李世基.서울성동갑)정책의장과박정수(朴定洙.김천-금릉)의원등은『미국은 산토끼(북한)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쪽으로 가고있다』『미국이 양보하면 정부는경수로의 건설비 지원등 우리가 부담할 부분을 재검토할 수 밖에없다고 버텨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핵투명성도 확보되지 않았는데 그 큰 돈을 내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정부는 그동안 시기를 가능한한 앞당기도록 미국에 주문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은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이며 경수로 건설사업이 절반가량 진행되는 동안 남북관계는 필연적으로 크게 진전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강화 하고 있다.
북한이 특별사찰을 받기까지 주어진 5년은한국 건설기술진이 북한에 들어가 공사를 담당하는 시기이므로 필연적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북한과 완전한 평화관계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간중에 남북한은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화를 진전시키고 나아가 한반도비핵화선언의 이행 및 평화체제를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합의 자체가 북한의 핵투명성이 확보되기까지는방사화학실험실의 폐쇄 등 북한핵활동을 동결하는 보장책을 담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핵개발 시간만 벌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고민은 여론의 화살이 이같은 논리적 대응만으로 잠재워질 수 있는냐 하는데 있다.국내에는 아직도 북한을불신하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지혜로운 선택뿐이다. 〈金斗宇.康英鎭.崔相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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