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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기쁨찾자>중앙일보 선진국의 자원봉사를 읽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하버드대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한국 교포학생 S군이 있었다. 거의 모든 과목에서 A플러스를 받은 이 학생은 당당하게미국의 저명한 한 종합병원에 성적표와 이력서를 제출하고 합격통지서를 기다렸다.
그러나 병원에서 날아온 통보는 불합격이었다.
기가 막힌 S군은 또다른 유명 종합병원들에 원서를 냈으나 결과는 언제나 낙방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격이유를 알 수 없었던 S군은 맥이 빠진채 한 인재채용 전문기관을 찾아갔다.
채용전문가인 T씨가 물었다.
『S군,병원에서 인터뷰할때 무엇을 묻던가.』 『한국인교포 2세가 어떻게 이렇게 좋은 성적을 올렸느냐고 물어「학교와 집을 오가며 오직 공부만 했다」고 대답했죠.어머니는「다른 일에 신경쓰지 말고 오직 공부만 하라」고 강조하셨거든요.』 S군의 얘기는 계속됐다.
『대답을 들은 병원장들은 약간 의아스런 표정을 짓더니「꼭 의술과 관계되지 않아도 좋으니 자원봉사경험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더군요.물론 한번도 없다고 했더니 알았다며 나가보라는 겁니다.』 당시 S군은 자신이 아시아계 황색인이고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불합격됐을 것으로 생각해 울분을 삼켰다는 사실도 T씨에게 털어놓았다.
T씨가 순수한 미국인이긴 하지만 부친이 한국에서 무역을 하는주한(駐韓)외국인회사 임원으로 일한 덕에 7년동안 한국에서 보낸 적이 있어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때문이었다.
S군의 사연을 들은 T씨는 천천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S군,다소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 미국사회,특히 종합병원에서는 인재채용때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자원봉사 경험이 없는 학생은채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네.사회봉사에 대한 실천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고귀한 인명을 맡길 수 없다는 논리 지.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네가 배운 의술이나 의학과 관련없는 내용이라도 사회봉사기관에서 무보수 자원봉사를 해보고 다시 응시하기 바라네.』 S군은 조그만 소도시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아 자원봉사로 사회봉사에 대한 경험을 쌓았고,곧 유명종합병원에 취직할 수 있었다.
사회봉사에 대한 실천과 관심 없이는 아무리 실력이 있더라도 취직이 어려운 미국사회를 통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우리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보는 것같다.
올 가을로 국내 미취업 대학졸업자는 35만7천명(취업재수생 16만3천명,95년 졸업예정자 19만4천명).그러나 예상 채용인력은 9만5천여명에 불과해 취업을 위해선 4대1의 높은 경쟁을 뚫어야 한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채용기준도 시대변화와 함께 날로 달라지고 있다. 국제화시대에 맞는 외국어 구사능력,일에 대한 친숙력과 유연성,학교성적외에 가지고 있는 특기나 다양한 경험.여기에다 최근에는 자원봉사 경력을 주요 채용요건으로 검토하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수십년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회봉사에 대한 가치가 국내에선 이제서야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오늘날 X세대로 지칭되는 신세대들의 3D기피현상은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위기에 직면한 우리 직업정책의 단면을 보이기때문이다.
아무도 3D업종에서 일하려 들지 않는다면 우리산업체계는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일,남들이 싫어하는일을 자원해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원봉사교육을 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고 제도화돼야 한다.
즉 우리의 초.중.고등학교에서도 사회자원봉사과목을 개설하고 다양한 일의 세계를 경험토록 해 남을 위해 일할줄 아는 선진시민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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