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아세안으로 눈을 돌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국기업이 아세안(ASEAN)국가들에 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라고 필리핀 인콰이러지의 아이린 치퐁게인기자는 의문을 던졌다.말레이시아에서 온 바란 모세기자는 『왜 한국기업은 과감한 직접투자를 주저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이들 아세안국가에서 온 언론인들은 이제는 한국과 아세안이 막연하게 경제협력의 당위성을 토의하지 말고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말할 때라고 솔직히 말하고 있다.이들은 한국언론연구원(원장 김옥조)이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韓-아세안 저 널리스트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국의 기업가와 정책결정자들에게 파상적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아세안은 무역거래로 보아 한국의 네번째로 큰 파트너고 이곳이이미 일본의 생산기지화한 앞마당이 돼버렸다는 점에서 소홀히 할수 없는 지역이다.이곳에서 일본이 우회생산한 전자제품이 우리의용산전자상가를 휩쓸고 있는 것은 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12일부터 싱가포르에서는 유럽연합(EU)과 동남아시아국가간 국제포럼이 열리고 있다.이 모임에는 리광야오(李光耀)前싱가포르총리,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수상등 이지역의 정치.기업인및 학자들과 유럽에서도 각계의 거물들이 대거 참석,협조방안 을 모색하고있다.그러나 우리정부.기업.언론은 한결같이 무관심하다.이렇게 무관심하다 중요한 사안이 사후에 결정되면 허둥대서는 안될텐데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내달 중순에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담이 열리고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자카르타 포스트지의 빈텐티우스 링가경제부장은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중급기술을 갖고 들어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충고한다.방콕 포스트의 손차이 노케플럽차장은 『한국기업은 일본기업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한다.한국기업이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일본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선진국시장이 좁아지고 있어 우리는 동남아시아시장에서 활로를 뚫어야 한다.동남아시아에 아직 잠복해 있는 반일감정을 잘 이용하면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중.저급기술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대국적인 전략이 필요한 때다.
〈국제 경제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