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세계경제 분석 4가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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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년초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발족을 앞두고 세계 경제의주도권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다소 혼란스럽게 벌어지는 각국간 경제전쟁은 새로운 경제질서의 태동을 위한 전주곡이기도 하다.경기 동향면에서는 세계 경제가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앞으로 세계경제를 위협하게될 네가지 요소로▲선진국 실업난▲세계적인 실질금리 앙등▲인플레 재현▲환경과노동조건을 둘러싼 선.후진국간의 갈등을 꼽았다.
◇실업난=개발도상국 경제가 저임금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선진국 비숙련 근로자의 일자리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지난해 각국의 생산직 근로자 시간당 임금을 비교하면 독일이 시간당 25달러로 가장높고 미국 16달러 등이다.반면 한국의 생산직근로자시간당 임금은 5달러,멕시코 2.4달러,폴란드 1.4달러,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은 50센트 내외로 조사됐다.선진국의 다국적기업들은 보다싼 임금을 노려 후진국 직접투자를 늘리고있다.
◇실질금리의 앙등=개도국들은 고속성장에 긴요한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앞으로10년간 개도국들의 신규투자에 매년 3천억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지난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유입된 자본의 3배에 해당한다.게다가 자금 여력이 있는 선진국에서 순저축이 줄어들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재정적자를 안고 있다.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탓도 있지만 올들어 선진국 자본시장에서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수익률이 대략 2%포인트씩 오른 것은 세계 자금부족을 예고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플레 재현=일부 경제학자들은 선진국에서 인플레는 더 이상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한다.그러나 고속성장을 하는개도국들의 원유및 기타 자원에 대한 막대한 수요를 감안할때 세계경제는 언제든지 인플레에 빠져들 위험성이 있 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집계하는 세계상품지수는 올들어서만도 이미 30%나 뛰어올랐다.물론 현재의 원재료 가격수준은 지난 80년도와 비교할때 아직 30%나 하락해 있는 수준.
그러나 앞으로 원재료 가격이 개도국 중심 수요증가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환경과 노동조건=선진국들은 개도국 경제성장이 환경과 노동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물론 선진국들이 환경과 노동조건을 따지는 것은 개도국의 고속성장을 견제하는 속셈도 있다.
지난 4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조인식을 가지면서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내년도 출범하는 WTO의 첫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의 의제로 환경과 노동조건을 들고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이는 앞으로 세계경제의 판 도를 변화시킬 중요한 변수다.
〈김형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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