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 경계가 없어진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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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로봇 등 기계와 인간을 흑과 백으로 나누듯 구별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인간의 판단과 기억 능력을 기계가 대행하고, 기계는 생체 내부로 들어와 신체의 일부로 작동하고 있다.

 성균관대 이정모(사진) 교수는 17일 연세대 외솔관에서 열릴 ‘인지과학과 미래 과학기술 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의 인지과학이 만드는 미래 세상을 발표한다. 그는 미국의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박사가 지적했듯 ‘인간과 인공물(기계) 간의 이분법적 구분’은 그 경계가 점차 옅어져 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웬만한 차가 다 달고 다니는 내비게이션만 해도 그렇다. 그 기기가 나오기 전에는 어떤 목적지를 가려면 머릿속에 또는 지도를 손에 들고 운전자가 찾아갔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이 나온 이후는 빠른 길이며, 안 막히는 길 선택까지 내비게이션이 판단한다.

 인간과 인공물 간의 이런 경계 파괴가 심화되면서 이를 다루는 인지공학과 인간공학, 인간디자인공학 발전이 덩달아 가속화할 것으로 이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인지과학이 기술과 사회과학을 연결하는 연결 고리로서의 역할이 점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장병탁 교수는 “지난 반세기 동안의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왜 컴퓨터 및 지능 기술은 아직도 4세짜리 어린아이의 지능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인공지능, 특히 기계학습 기술의 연구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지금까지의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기억과 학습 방식을 무시하고 공학적인 접근 방식을 고집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앞으로의 인공지능은 사람과 동물의 인지생물학적인 정보처리 원리, 특히 학습과 기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심포지엄에서는 KAIST 김진형 교수, 성균관대 이석한 교수, 연세대 조성배·이도준 교수도 주제 발표를 한다. 참가비는 무료.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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