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헬스] ‘거짓 포만감’ 으로 살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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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뱃살을 줄이는 것은 담배를 끊는 것만큼 어렵다. 식욕을 억제하는 것이 개인의 의지보다 뇌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으로 그렐린을 꼽을 수 있다.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중추를 자극해 배가 그득한데도 수저를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렐린은 위벽에서 분비된다. 위가 비어 있으면 쏟아져 나와 혈액을 통해 뇌를 자극한다. 당연히 음식으로 위가 꽉 차면 위벽이 늘어나면서 분비가 멎는다.

 이런 원리를 안다면 다이어트는 훨씬 쉬워진다. ‘거짓 포만감’을 만들어 내 몸의 반응을 속이는 것이다.

 첫째는 섬유질을 활용한다. 위의 용적은 일정하다. 칼로리가 적고, 많고를 떠나 위를 채우면 된다. 섬유질은 열량이 없는 대신 부피는 크다. 예컨대 사과를 주스로 만들어 먹는 것과 통째로 씹어먹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열량은 같지만 섬유질 때문에 포만감이 다르다.

 그렇다면 물을 미리 마셔두는 것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위는 물을 그대로 흘려 보낸다. 위에 체류하지 않으니 만복효과가 O점이다. 하지만 위에 섬유질이 들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섬유질이 스펀지처럼 물을 빨아들여 위에 오래 머물게 한다. 이런 면에서 단순히 물을 먹는 것보다 섬유질이 풍부한 수프를 만들어 먹는 것이 유리하다.

 둘째는 단백질이다. 우리는 육류를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실제 같은 열량의 음식이라도 고단백 음식을 섭취했을 때 공복감이 훨씬 늦게 나타난다. 이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에 류신이라는 물질이 시상하부에 작용, 식욕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실제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류신을 투여한 쥐들은 칼로리를 3분의 1이나 적게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는 식욕을 억제하는 데 견과류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고단백인 데다 인체의 신진대사율을 높여 열량 소모를 촉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방함량이 높긴 하지만 흡수율이 낮고, 연소가 잘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아몬드를 25g 먹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체중 감량 효과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식사 방법이다. 식사 간격은 2∼4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하루 4∼6회 식사를 하라는 것. 세 끼에 간식을 추가해 공복을 느끼기 전에 위를 채운다. 하루 섭취할 칼로리 목표를 정하고 이를 적절히 배분해 보자. 빵이나 전·국수류는 피하고 견과류나 과일, 오이·토마토 같은 채소를 선택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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