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가도에 '돈 가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치권에 대선 자금 비상이 걸렸다.

한나라당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대통합민주신당은 의원마다 신용대출을 받도록 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 진영에선 "돈 때문에라도 도중 하차는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엔 중앙당 또는 후보 후원회를 두지 못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보조금과 특별당비에 의존해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은 14일 "대선자금 280억원을 차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특별당비 모금액이 10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며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가 없어 제2금융권 차입을 추진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신당은 9일 의원들에게 3000만원씩 신용대출을 받아 당에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40여 명 정도가 서명했다고 한다.

정당은 그래도 15일 정당보조금이 신당에 29억, 한나라당에 28억씩 나온다. 28일에도 선거보조금이 각각 116억원, 112억원 지급된다. 게다가 15% 이상 득표할 경우 법정선거비용 제한액(465억여원) 중 선거운동 기간에 쓴 비용은 전액 보전된다. 보통 전체 선거 비용의 80% 안팎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소속인 이회창 후보의 사정은 딱하다. 이 후보가 직접 막대한 대선 자금을 전액 조달하거나 차입할 수밖에 없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지금껏 쓴 돈이나 앞으로 들어갈 적지 않은 돈을 이 후보 개인이 마련해야 한다"며 "15% 이상을 득표해 선거비를 사후에라도 보전받지 않으면 이 후보가 오히려 거덜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 중도 하차설이 돌지만 돈 때문에라도 그만둘 수 없다"고 전했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지지율이 3~4%라면 몰라도 20%가 넘는 우리가 왜 그만두느냐"고 말했다. 득표율이 10~15%일 경우엔 선거비용의 50%를 보전받는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