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전업주부 연봉 2500만원이라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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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우리 틴틴 여러분의 어머니들께서 가족과 가사에 쏟는 노고를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요. 흔히 전업주부의 월급은 얼마쯤 될까 하는 이야기가 종종 화제에 오르곤 하지요. 이와 관련해 본지 11월 13일자 E15면을 보면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어요. 서울 명동에 있는 서울YWCA라는 여성단체에서 운영하는 ‘생활 도우미’ 강좌에 관한 정보성 기사였지요.

‘가사 돕는 이’ ‘아기 돌보는 이’처럼 직업의 이름까지 정착돼 있더라고요. 아이 낳아 길러 보고 오랫동안 가정주부를 해 온 분들은 익히 들어본 교육과정일지 모르지만, 솔직히 저는 약간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우선 주부가 늘 하는 일들이 이처럼 여러 주 교육을 받을 정도로 전문적인 분야구나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이런 교육을 받고 있다는 거지요.

또 한 가지 눈길이 가는 부분은 ‘생활 도우미’의 급여입니다. YWCA에 도우미 파견을 요청한 가정에 수강생들이 가서 일해 주고 얼마를 받을지 하는 거지요. YWCA가 정한 임금은 ‘가사 돕는 이’의 경우 하루 5만원, 산후조리사 하루 5만원, ‘아기 돌보는 이’ 월 90만원이었습니다. 이걸 토대로 전업주부의 월급을 한번 따져 볼까요. 가령 아기를 낳아 돌보면서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신혼 전업주부의 경우를 보지요. ‘가사 돕는 이’ 월급 120만원에 ‘아기 돌보는 이’ 월급 90만을 더하면 21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니 연초에 국내 한 증권사가 전업주부의 연봉을 2500만원으로 추정한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 매우 근사한 수치네요.

하지만 이것뿐일까요. 전업주부의 일은 점점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주부를 위한 정보 사이트 아줌마닷컴에 들어가 보면 인기 검색어 상위는 영어·유치원·공부방·초등학교·맞벌이 등등이었습니다. 자녀 교육과 재테크가 가장 큰 관심사지요. 아이가 커 가면서 과외공부 어떻게 시킬까, 과외비는 어떻게 마련할까, 노후를 대비한 재테크는 어떻게 할까 고민이 많습니다. 밥 짓고 빨래·청소하고 애 보는 게 다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틴틴 여러분의 어머니는 가족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정 경영자’인 셈입니다. 전업주부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 직종인 셈이지요. 그래서 YWCA 같은 강좌도 필요한 거고요.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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