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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實査가 부패척결 관건-공무원 재산등록 확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부가 공직자의 재산등록범위를 현재의 3만4천명선에서 내년1월부터는 9만4천명,96년1월부터는 19만2천명으로 5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충격적인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재산등록 대상이 점진적으로 전 공무원으로 확대될 것임을예고하는 것이다.일단 96년까지 비리발생 소지가 높은 직군(職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하위직의 경우 보직이 순환되므로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공무원이 수년내 재산등록 과 정을 거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파문때도 이런 의견이 없었던 것은아니다.그러나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문제와 정치적 고려에의해 이 의견은 사장(死藏)됐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인천사건이 눈덩이처럼 자꾸 불어났을뿐 아니라 군장교 탈영과 잇따른 엽기적 살인사건 등이 상승작용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이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참담하다』는심경을 거듭 피력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런 분위기가 고단위처방을 불렀다. 앞으로 軍기강 확립과 민생치안 등에 대해서도 충격적인대책이 나올 수 있으며 연말 내지 내년초 당정(黨政)개편도「상상 밖」일 수 있다는 金대통령 특유의 불가(不可)예측성이 선보이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실효성(實效性)이다.
권력을 휘두르고 국민과 직접 만나는 공직자 전원이 재산등록대상이 됐다.
현재 등록대상인 3만4천여명을 놓고도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제대로 실사(實査)를 못하는 게 현실이다.그런데 90만 공무원의 20%를 상회하는 19만여명을 등록대상으로 잡아놓고서도 과연 제대로 실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토지 전산망(電算網)에 이어 현금등 동산을 제대로 추적할 수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정부는 금융실명제긴급명령 시행령과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고쳐 2급이하의 공직자에 대해서도 금융자산형성 내용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그러나 실명제 주무부서인 재무부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실사를 하지 못한다면 이번 조치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밖에없다.이 경우 재산등록은 심리적 위협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공직자의 뇌물수수와 부정부패 등을 막을 현실적 장치는 되지 못한다.실사가 불가능하다면 재산등록은 상징적 의 미에 그치게 된다. 3급이상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실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와 4급이하를 담당하는 각부처 감사관실의 인원과 인력보강도 수반돼야 한다.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재산등록으로 대규모의 사직(辭職)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제2의 재산등록파동이 일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자칫 의욕을 앞세워 부작용이나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하는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또 대통령의 심기를 지나치게 읽어 과잉대응하는 듯한 분위기와 함께 사회분위기에 편승한 부처 이기주의적밀어붙이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일단 시행하면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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