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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앙일보 對독자 다짐 공정보도.취재 실천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中央日報가 창사 29년을 맞으면서 독자를 향한 다짐을 새롭게했다(22일자.일부지방 23일자).공정(公正)보도와 오보(誤報)정정을 다짐하고,무엇보다 언론의 특권(特權)의식을 과감히 버리겠다고 선언했다.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中央日報 와 같은 대신문이 이제와서 그런 다짐을 하는 것부터가 국가적으로도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다짐에 담긴 반성과 환골탈태(換骨奪胎)의의지는 독자의 입장에서 볼때 너무나 반가운 일임은 말할 나위도없다.우선 공정보도를 위해 외부간섭을 배제하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지 지켜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권력의 간섭보다 자본의 간섭이 오늘의 한국언론에 더 큰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재벌이 소유한 언론(財閥言論)이든 재벌이 된 언론(言論財閥)이든 자본을 대변하는 세력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다면 결코 공정한 보도가 실현될 수 없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해 中央日報의 간섭배제 다짐이 삼성그룹과의 밀착에 대한 거부의 뜻도 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독자들이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그점이고,그것이 이루어져야만 세계적 신문으로 성장할수 있다.
언론수용자의 반론권(反論權)을 존중하고 오보를 정정(訂正)하겠다는 다짐만큼 독자들이 환영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왜냐하면 언론의 취재와 만나본 사람치고 우리네 언론의 엉터리보도에 넌더리를 치지않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슬픈 일이지만 나는 한국언론이 아직 유아기(幼兒期)를 못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왜냐하면 사건기사(事件記事)와 의견기사(意見記事)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언론이기 때문이다.보다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신문기 사의 거의 1백%가 의견기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가십(gossip)들로채워지는 정치기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범죄기사에 이르기까지 기자 내지 간부의 개인적 견해가 듬뿍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심지어 사건 인터뷰도 그 내용을 기자 의 주관대로 잘라 의견기사로 둔갑시키고 만다.몽땅 정정보도의 대상이 되는 나라,그것이우리의 언론 현실이다.
이번 中央日報의 오보없애기 다짐을 나는 사건기사를 중요시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 싶다.논설이나 칼럼 같이 명확한 의견기사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기사가 사건기사여야 하는 법이다.그래야만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사안(事案)에 관계없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事實)에 충실한 기사로 나아갈 수 있다. 한편 언론의 특권의식을 버리겠다는 中央日報의 세번째 다짐은 독자들에게 오히려 충격적인 선언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국민이 낸 준조세(準租稅)성격인 공익자금을 통해 5,6共때 언론인 자녀학자금및 주택자금 지원이 이루어졌고 지금도 이익집단인 각종 언론단체들이 지원받고 있으면서도 한국언론이 결코특권의식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예가 없기 때문이다.
촌지.향응.편의 제공을 뿌리치겠다고 하니 이제는 정말 中央日報에 대해 독자들이 철저한 감시선언을 해도 가슴조이거나 언론공포에 빠질 염려가 없을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차제에 수용자들의고발창구를 하나 개설하는 게 독자에게 확실한 다 짐을 보여주는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취재활동에서 예의를 지키겠다는 마지막 다짐도 따지고 보면 특권의식을 버리겠다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예의까지 거론하는 이런다짐들을 접하면서,나는 中央日報가 이제「마음을 비운」자세로 언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 세계적인 신문으로 성장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믿는다.그 믿음이 얼마나 진정한 신뢰로 이어갈지 지켜보고비판하는 책무가 독자에게 또한 남아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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