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안무치한 서청원 석방 결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구속 중인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에 대한 석방결의안을 통과시킨 국회는 너무나 뻔뻔스럽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정치판을 비난하는 여론이 하늘을 찌르는 이 시점에 국민의 뜻을 철저히 외면해 버릴 수 있는 의원들의 후안무치함에 기가 막힌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은 서슴없이 저지르면서 이라크 파병안과 FTA 동의안 등 꼭 처리해야 할 것은 내팽개치는 그들은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그 1차적 책임은 당연히 한나라당에 있다. 당 지도부는 "석방결의안의 본회의 상정조차 반대했다"면서 "비주류의 핵심 徐의원의 석방으로 현 지도부는 얻을 게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건 '당신네 사정'이다. 국민은 한화그룹으로부터 1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중진 의원이 원내 제1당의 의회권력 남용으로 풀려났다는 데 분노할 뿐이다. 다수당의 힘으로 내 식구는 무조건 감싸면서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니 청문회니 떠들 자격이 있는가. 그래 놓고 무슨 염치로 총선에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지 궁금하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검찰의 표적수사와 행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입법부 차원에서 견제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한나라당 스스로도 徐의원의 무혐의를 확신하지 못하면서 이런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 형평성도 맞지 않다. 그런 논리라면 차라리 당을 위해 일하다 구속된 김영일.최돈웅 의원 석방결의안을 낼 일이지,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徐의원 석방결의안을 내는 건 적절치 않다.

徐의원 석방안에 동조해준 대가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경선자금 수사촉구 결의안을 관철시킨 민주당도 한심하다. 뒷거래를 해놓고 앞에선 한나라당 비난성명을 낸다고 국민이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한화갑 의원에 대한 경선자금만 수사하는 것은 표적수사"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제휴는 대통령과 권력에 대한 정당한 견제를 목표로 할 때만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