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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세제 공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날마다 세탁기 광고 못지 않게 세탁제 광고도 치열하다.그 세탁제만 넣으면 삶아 빤 듯 깨끗하게 빨아 주는 고농축 세제가 있고 땟자국,말하자면 속때라는 것을 말끔히지워주는 세제도 있다.또 어떤 세제는 옷을 담가 놓기만 하면 때를 빼주는 것도 있으니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야 할까.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집안일중 세탁이야말로 가장 힘든 일의 하나였다.그래서 큰 빨랫거리는 명절이나 되어야 집안의 모든 여자들이 하루 날을 잡아 행사처럼 치러냈던 것이다.그러나 요즘은이불 빨래도 알아서 척척 처리하는 세탁기와 거기 에 적합한 고농축 세제가 얼마든지 많은 빨래를 해 주고 있다.이제 빨래는 주부들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누구나 분말세제를 세탁기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빨래 끝」이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그러나 우리는 그 편리함의 대가로 비싼 값을 치르고 있지 않나 싶다.내 집의 빨래가 은빛으로 빛날때 우리의 생명수인 이 땅의 강물은 때아닌「설산」(雪山)을 이룬다.그 설산은 각종 생활용수에서 쏟아져 나오는 세제거품이 주범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생각해 낸 것이 물에 녹는 세탁제를 쓰자는 것이다.요즘은 고체 빨랫비누도 다양해 졌다.굳이 환경단체나 관련기관에서 만든 비누를 쓰지 않더라도 시중에서 파는 보통 빨랫비누만 해도 합성세제를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
그러나 고체비누를 세탁기에 그대로 넣을 수는 없었다.궁리 끝에 무 써는 채칼로 비누를 채쳐서 넣어 보았다.비누가 엉킨다든지 때가 덜 빠진다든지 하는 애초의 걱정은 기우였다.합성세제를쓸 때보다 피부에 닿는 옷의 촉감이 훨씬 부드럽 고 정전기도 생기지 않았다.그렇게 채친 빨랫비누 한 장으로 1주일간 시험적으로 세탁을 해 봤다.결과는 마찬가지로 오케이였다.그리고 나서나는 집안의 합성세제를 내다버렸다.다음 빨랫비누를 살 때는 향이 나는 종류로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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