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와세다대 파격 장학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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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학들이 '두뇌 유치'를 위해 과감한 학제 개혁과 대규모 장학금 지급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시대 요구에 맞춰 학과를 세분화하고 실용 학문을 신설하는 것은 기본이다.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장학금을 늘리는 학교도 줄을 잇는다. 특히 도쿄(東京)대는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내년부터 연간 10억 엔(약 82억원)의 장학금을 박사 과정에 투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시대가 대세를 이루면서 일본의 대학들이 국경 없는 인재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수학생 유치=도쿄대는 박사 과정 가운데 현재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학생은 3000명. 대부분에게 연간 52만 엔씩의 수업료를 지원키로 했다. 지원 방법은 수업료 면제 확대와 조교.연구보조 수당을 지급하는 것인데, 학교 측은 10억 엔에 이르는 재원은 경비 절감을 통해 조달키로 했다.

도쿄대가 이를 결정한 것은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박사과정에 대해서는 '두뇌' 관리 차원에서 생활비까지 지원해 주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이 학교 히라오 기미히코(平尾公彦) 부총장은 "현재 도쿄대의 장학제도로는 해외 대학원과의 두뇌유치 경쟁에 질 수밖에 없다"며 "성적 불량자가 아니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와세다(早稻田)대는 앞으로 5년간 외국 유학생과 해외로 나가는 재학생들을 1000명씩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대학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해외 우수 학생들의 발길을 와세다대로 돌려보겠다는 의도다. 게이오(慶應)대 관계자는 "글로벌화가 가속되면서 대학이 스스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바뀌지 않으면 우수 학생들을 붙잡아두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첨단 학과 신설=주요 명문대로 꼽히는 호세이(法政)대는 내년 4월 영어로 수업하는 글로벌 교양학부를 신설한다. 이 학교 관계자는 "경제에 관한 한 사실상 국경이 없어진 만큼 글로벌 경제시대에 필요한 교양과 영어 구사가 익숙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교양학부는 와세다대가 2004년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문을 연 뒤 주요 대학들이 잇따라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인간을 둘러싼 생명공학과 환경 분야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조치(上智)대는 이학과 공학을 융합한 학과를 3개나 신설한다. 호세이대도 인간 중심의 공학으로 재편해 생명과 환경을 응용하는 분야를 개척하기로 했다. 게이오대가 도입하는 시스템디자인대학원은 우주로켓.대형 여객기.첨단 부품을 설계하는 인력을 양성한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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