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텐스타인 작품 日서 만화.예술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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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만화냐 예술이냐.』 최근 일본 동경도의회(東京都議會)에서는6백만달러(약 6억엔)짜리 팝아트작품 한점을 놓고 때아닌 미술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작품은 내년 3월 개관예정인 동경도현대미술관이 이 미술관의 대표소장작품으로 구입하려는 미국 팝아트작가 로이 리히텐스타인의『머리 리본을 맨 소녀』(65년작,121.9×121.9㎝). 만화속의 여주인공 모습을 그대로 따와 원색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앤디 워홀 등과 함께 미국 팝아트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리히텐스타인이 자신의 대표작으로 지목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해 都관계자들은 『도민들의 자랑스런 공유재산이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반면 상당수의 의원들이『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도민들의 정서를 고려할 때 너무 비싼 가격』이라며마땅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리히텐스타인은 당초 동경도와의 직접 교섭에서 이 작품값으로 7백만달러를 제시했으나『도미술관의 상징작품이 될 것』이라는 동경도측의 설명을 듣고 6백만달러로 가격을 낮췄었다.
이같은 가격은 실제 그의 작품중 하나인『키스 Ⅱ』가 지난 90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6백5만달러에 팔린 적도 있어 미술관계자로 구성된 도미술자문위원들로부터 「적정가격」이란 판정을받았다. 그러나 구입액이 2억엔을 넘을 경우 도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규정에 따라 지난 21일 열린 도의회에 이 작품구입건이 상정됐고 그 자리에서 가격이 공개되자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속출했다.
다소 미술을 이해하는 일부 의원들은『화제성 있는 작품으로 입장객수가 늘어날 것이다』『그의 대표작품 중 하나』라는 등의 지지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만화 아니냐』『(그의)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는 고함이 터져나와 의 원들의 미술품 이해에 대한 시각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결국 도의회는 소란끝에 후생문교위원회를 소집해 상위 30점의고가 미술품 가격을 재심의키로 했는데 거기서도 한바탕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 대규모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의 작품에 대해서도 일부에서 여배우 얼굴이나 유명상품의 상표를 복사한것도 예술작품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어 비슷한 정서를 가진 일본 도의원들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경도현대미술관은 도미술관이 그동안 수집해온 3천4백점의 작품을 이양받고 그 위에 75억엔의 기금으로 새로 수집한 작품 4백8점을 보태 내년 3월 개관할 예정인데 이번 논쟁 때문에 개관자체가 늦춰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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