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료의 일곱가지 이야기 ④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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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베스트셀러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일곱가지 덕목에 대한 이야기로 매주 토요일 중앙일보 독자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난주 ‘사랑’에 이어 오늘은 네번째로 ‘지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없이 겸손한 지혜=지혜는 사전적으로 ‘사물에 대한 타고난, 혹은 습득된 깊은 이해· 박식함· 판단의 정확성’을 뜻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고린도전서’ 1장 25절에서 지혜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의 지혜보다 더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함이 사람의 강함보다 더 강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이 부르심을 받을 때, 그 처지가 어떠하였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육신의 기준으로 보아, 지혜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권력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가문이 훌륭한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택하셨으며,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것을 택하셨습니다.”

◆타인이 가진 것, 내가 가진 것=한편 이슬람교에서는 이렇게 전합니다. 한 현자가 마크바라는 마을에 도착했으나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일부 젊은이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현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그는 주민들의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현자가 그의 제자들을 이끌고 대로를 걷고 있을 때, 한 무리의 남자와 여자들이 그를 모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자는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 축복을 기원했습니다.

그들이 떠나고 난 뒤, 한 제자가 말했습니다.

“저들이 끔찍한 말을 퍼부었건만, 선생님은 좋은 말씀을 해 주시네요.”

그러자 현자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이 가진 것만 줄 수 있다.”

◆서투른 목수가 연장을 탓한다=1997년에 제가 직접 목격한 장면입니다. 한 종교 교파에 헌신하던 학생이 그의 스승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욕심에 마법책을 읽고 거기에 나오는 재료들을 사기로 했습니다. 그는 손에 넣기 힘든 향과 부적, 성스러운 글자가 특정한 순서로 새겨진 나무 구조물을 어렵사리 손에 넣었습니다. 그가 스승과 함께 아침식사를 할 때, 스승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목에 컴퓨터 전선을 감는다고 컴퓨터의 효율성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가? 모자와 고상한 옷을 샀다고 해서, 그것을 만든 사람의 고상한 안목까지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가? 물질은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수는 있지만, 아무런 지혜도 깃들어 있지 않다네. 우선 전심을 다해 연마하게. 나머지 것은 차차 따라오는 법이야.”

◆지혜로운 부탁=그리스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낙시메네스가 그의 도시를 구하기 위해 알렉산더 대왕 앞에 나섰습니다. 그러자 알렉산더가 말했습니다.

“나는 그대가 현명한 자이기에 그대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왕의 이름을 걸고 말하건대, 그대가 내게 부탁하려 하는 것은 절대 들어줄 수 없다.”

그러자 아낙시메네스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대왕께 저의 도시를 파괴해달라고 부탁하러 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낙시메네스의 도시는 파괴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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