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총리 4選 가능할까-내달16일 총선앞둔 독일政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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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독일 정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거리엔 벌써 대형 현수막이나 포스터가 나붙어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고 TV 방송들도 황금시간대에 각 정당들의 유세프로를 방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통일재상」헬무트 콜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의 12년 장기집권 아성이 무너질지,아니면 콜총리가 재당선돼 콘라트 아데나워 前총리가 세웠던 전후 최장수 총리재임기록(14년)을 깨뜨릴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콜총리의 재당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것이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의 일치된 전망이다. 독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엠니트 여론조사소의 최신 조사 결과는 기민당이 42%의 지지를 획득,36%에 머문 사민당에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어 녹색당이 7%,자민당이 6%,舊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이 4%의 지지 를 각각획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콜총리와 루돌프 샤르핑 사민당 총리후보간의 인기도는 44%대 35%로 정당별 인기도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불과 3~4개월 전인 지난 5,6월께만 하더라도 사민당총재인 샤르핑후보의 지지도가 콜총리를 능가했었으나 이제는 날이 갈수록콜총리와 기민당의 지지도가 높아가고 있다.이러한 전망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별 차이가 없어 약 3주정도 남은 유세기간중 이변이 없는 한 콜총리의 재당선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간 통일의 후유증 등으로 인기가 급전직하(急轉直下),재당선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콜총리가 이처럼 화려하게 재기하고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현재 독일 정가에 여야를 통틀어 콜총리를 능가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콜총리의 능력과 관련,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지만 샤르핑총재는아직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게 일반적 평가다.이를 잘알고 있는 사민당은 최근 게르하르트 쉬 뢰더 니더작센 주지사와 오스카 라퐁텐 잘란트 주지사겸 90년 총선당시 총리후보를 포함한 이른바「3총사전선」을 구축,샤르핑총재를 지원하며 콜총리에게 도전하고있으나 아직 대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경기회복도 콜총리를 돕고 있다.세계적인 경기회복세를 타고 최근 독일 경기가 눈에 띄게 호전되자 유권자들 사이엔 통일후유증의 아픈 기억보다는「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가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콜총리는 역시 행운아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공산당후신인 민사당의 재기 여부와 자민당이 유효득표율 5% 커트라인을 넘어 의회에 진출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간 연정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기민당과 연립해온 자민당이 원외로 밀려나고,대신 민사당이 의회에 진출할 경우 자연스레 기민.사민당의 대연정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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