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걱정을 한번 나눠 보자. 먼저 ‘생산적 걱정’은 객관적으로 타당하고 위험에 대비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쓸모 있는 걱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여행을 앞두고 건강에 대한 걱정이 든다고 하자. 이는 타당한 걱정일뿐더러 구급약을 준비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막아주는 생산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소모적 걱정’이다. 소모적 걱정은 그 내용과 정도가 생산적인 걱정과는 다르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빈도와 정도 면에서 보면 소모적인 걱정은 어려움과 문제가 전면에 떠올라 일의 진행이나 상황을 압도할 정도다. 내용도 다르다. 소모적인 걱정은 흔히 미래의 위험을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매달리거나, 극히 일어나기 힘든 확률의 일을 떠올리며 걱정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 일들은 대개 회피 아니고서는 달리 대비할 방법이 없다. 예를 들면 수많은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는 객관적 현실을 외면한 채,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추락 사고를 걱정하며 결국 비행기 타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나치게 소모적 걱정에 시달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두뇌기능, 심리적 요인, 환경적 영향 등에 의해 이들의 외부지각 안테나는 특이하게 발달돼 있다. 즉, 이들은 어떤 일의 기회요인을 포착하는 안테나 기능은 떨어져 있고, 위험요인을 지각하는 안테나 기능은 탁월해 아주 작은 위험요인도 잘 잡아낸다. 그렇기에 이들은 늘 위험을 주시하고 반복적인 걱정 속에 시달리며 이를 방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만다. 즉 위험에 대한 예방을 통해 확실한 도전으로 나아가기보다 지나친 방비와 소모적인 걱정으로 문제가 악화시키거나 상황을 회피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쉽다.
자, 그렇다면 지나친 걱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지나친 걱정에서 벗어나려면
◆제일 중요한 원칙은 ‘걱정을 하지 말라!’가 아니라 ‘걱정을 효과적으로 해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의식의 초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즉 걱정을 생산적이고 문제해결적인 고민으로 바꾸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만일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든다면 초점을 바꿔 소망이나 문제해결 상태에 맞춘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원하는 것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함으로써 대답할 수 있는 질문, 실천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꾼다.
◆상상을 통해 걱정과 자신과의 거리를 둔다. 자신을 파란 하늘이라고 상상하자. 지금의 걱정을 먹구름이라고 상상해 본다. 먹구름은 결국 흩어지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걱정은 본디 생각을 먹고 자란다. 걱정을 멈추려고 하지 마라. 걱정은 머리로 싸울수록 더 커지는 법이다. 생각이 아닌 신체에 주목하라. 호흡법, 근육 이완처럼 자율신경의 안정을 도모하거나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외부로 주의를 분산하는 것이 좋다.